대전지역 장애인단체들이 대전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한 달 전 허태정 대전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시장 면담이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대전지역 장애인·인권·시민사회 단체 및 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 '4.20대전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대전4.20공투단)'은 21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2021대전장애인권정책 요구안 쟁취 집중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1일 발족한 4.20공투단은 대전시에 '2021대전장애인 6대 인권정책요구안'을 제출했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위기로 치닫고 있는 장애인의 현실과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는 장애인시설 학대피해사례 등 장애인정책현안을 반영한 요구안이다.
이들의 요구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코로나 및 감염병 재난극복을 위한 장애인 대책 마련'이 가장 눈에 띈다. 장애인단체와 이용기관, 주무부서로 이루어진 3자협의체를 구성하고 장애인, 가족, 이용시설 종사자 등에 대한 확진자·자가격리자 모니터링을 실시하라는 요구다. 또한 확진자·자가격리자 발생 시 긴급돌봄지원을 위한 매뉴얼 마련, 별도의 거점병원, 병상 확보 및 지원인력 확보 등도 요구안에 포함돼 있다.
이들의 두 번째 요구안은 '장애인 학대 없는 대전 선언'을 하라는 것이다. 지난 해 대전 중구의 한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이용자인 지적장애인이 시설 대표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장애인 이용시설에서 학대사건 발생 시 무관용의 원칙 적용과 보조금 중단, 시설폐쇄를 하고, 사법기관과 별도로 행정처분을 위한 직권조사·판결 시스템 마련을 마련하라는 요구다.
이 밖에도 ▲ 발달장애인 지역사회서비스 전달체계 혁신 ▲ 장애인 이동권 전면보장 ▲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강화 ▲ 활동지원시간 추가배정 등이 이들의 요구안에 포함됐다.
이들은 이러한 요구안의 관철을 위해 지난 3월 22일 허태정 대전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고, 4.20공투단 출범과 함께 다시 한 번 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결국, 지난 20일 오후 '시장님 일정이 바빠서 면담이 어렵다'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며 시장 면담이 이루어질 때 까지 천막농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최명진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시장 면담을 신청하고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시장 면담을 요청했고, 수시로 시청에 확인도 했다. 그리고 시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도 진행했다"며 "그런데 겨우 어제 오후 늦게 문자 한 통으로 바빠서 못 만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대체 시장 얼굴 한번 보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우리가 대전시청에 보낸 6대 요구안에 대해 시 담당부서는 현재 자신들이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는 답변만 보내왔다. 우리가 그것을 몰라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라는 요구에 최소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잘하고 있으면 왜 시장이 나서서 우리를 만나지 못하느냐"고 따졌다.
장애인 당사자인 유선경 대전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은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일 년이 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장애인 대응방안 매뉴얼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대구 장애인 확진자의 사례를 보면 그대로 방치하는 게 전부였다"며 "활동보조인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병원 아닌 집에 격리시키고, 스스로 먹지 못해 무용지물인 쌀·라면·과자를 넣어 주었다. 정말 처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그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왜 그렇게 애써 외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대전4.20공투단 대표단은 다시 한 번 허태정 대전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민원을 대전시에 전달했으며, 시장 면담이 이뤄지는 날까지 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