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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택배 및 배달, 퀵 노동자들이 아파트 갑질문제에 대응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6일 오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택배 및 배달, 퀵 노동자들이 아파트 갑질문제에 대응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배달노동자들이 지상으로 다니면 아파트 값이 떨어지나?"

서울시 마포구 일대에서 배달일을 하는 배달서비스지부 배민라이더스지회 지회장 김영수씨가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고덕동 그라시움 아파트처럼 배달노동자에게 갑질하는 행태는 하루 이틀에 걸쳐 발생한 일이 아니"라면서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문제다. 갑질 해결을 위해 해당 아파트에 공문을 보내도 해결되는 게 전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월 서비스연맹 소속 배달노동자들은 갑질 아파트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인권위에 진정 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단지 내 오토바이 출입 배제 및 지상도로 이용 배제, 화물용 엘리베이터 이용 강제, 과도한 신분확인 등 인격적으로 불리한 대우를 해결해 달라'라고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배달노동자들이 서울 서초, 강남, 용산 일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받은 답은 "우리 아파트는 (300~450 세대 규모의) 작은 단지이기 때문에 각 동마다 1~2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도보배달에 무리가 없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김 지회장은 <오마이뉴스>에 "도보로 배달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입구에 기본적으로 불법주차를 해야 한다"면서 "강남에 있는 어떤 아파트는 입구부터 800m인 곳도 있다. 왕복으로 1.6km다. 배달하는데 최소 15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런 곳은 솔직히 돈을 얼마를 더 줘도 가고 싶지 않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이 배민라이더스기사방 오픈카톡 등을 통해 조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보배달 및 헬멧탈모, 화물엘리베이터 이용, 소지품 보관을 강요하는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32곳, 서초구 17곳, 송파구 2곳, 용산구 6곳 등을 포함돼 76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헬멧탈모와 화물엘리베이터 등을 강요하는 빌딩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비롯해 용산구, 중구 등에 위치한 7개 건물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주민과 배달노동자 대립, 핵심이 아니다"
 
 26일 오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택배 및 배달, 퀵 노동자들이 아파트 갑질문제에 대응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6일 오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택배 및 배달, 퀵 노동자들이 아파트 갑질문제에 대응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이날 회견에는 택배노동자를 대표해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참석했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고덕동 그라시움 아파트 갑질 문제를 언급하며 "현재 택배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는 전국에 179곳이다. 이로 인해 기사들은 손수레를 이용하거나 저상탑차로 개조해 지하주차장으로 배송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로 인해 배달시간이 기존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다"면서 '비나 눈으로 인한 택배물품이 손상되면 택배기사가 책임져야 한다. 아파트 앞 도로 불법주차문제 뿐 아니라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까지 유발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택배사의 무책임과 택배기사에 대한 책임전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택배사는 택배 서비스상품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택배노동자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는 거다. 택배노동자가 이러한 서비스를 수행하는데 불가피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대안을 내야하는 것이 택배사 몫 아닌가. 하지만 택배사는 지금 방관만 하고 있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도 "택배사와 플랫폼사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핵심"이라면서 "아파트 주민과 배달노동자가 대립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코로나19시대 엄청난 이윤을 챙기고 있음에도 뒤로 빠져 문제를 노동자와 아파트 주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택배사와 플랫폼사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택배·배달·퀵서비스 노동자들은 다음달 1일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노동자 대회를 청와대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또 '갑질 아파트 문제 해결을 위한 범시민기구'(가칭)를 꾸려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고덕동 그라시움을 포함해 배달이 어려운 지역, 도보를 이용한 배달 지역에 대해 택배사와 플랫폼 업체가 나서서 수수료 인상 등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배#갑질#배달#서비스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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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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