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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5교시 수업은 들어가기 전부터 힘이 든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진 아이들을 수업에 집중시키는 것은 꽤 많은 인내와 불타는 열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올라가는 봄엔 더욱 그렇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등교와 원격 수업을 번갈아 하다 보니 아이들의 집중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수업 시간 45분 동안 웃기기도 하고 때론 고함도 치며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나오면 진이 빠지기 일쑤였다. 오늘따라 더 수업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뭐라 하고 나오니 마음이 더 안 좋았다. 굳은 얼굴로 교무실로 들어서니 한 선생님이 물었다.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으세요?"
"아니요. 애들이 너무 수업을 안 듣네요."
"저도 고민이에요. 중요하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한 반에 서너 명만 들어요. 공부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러게요. 원격 수업을 한다고 했지만 기초 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 같아요. 그리고 원격 수업 시간도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 같고요."

"원격 수업을 실시간으로 해서인지 작년보단 줄었지만 원격 수업 시간에 들어와 있기만 하고 게임이나 채팅하고 그러는 아이들도 있어요."
"중학생 중에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몇 명 빼고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생님이 보지 않으면 공부 안 하죠. 그러다 등교 수업을 한다고 하루 6~7시간을 교실에 앉아 있으니 미치겠죠."


얼마 전 학교에서 등교 인원을 확대하기 위해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공부를 잘하고 학교생활을 잘하는 학생들은 등교를 원하고 공부를 못하고 속칭 껄렁껄렁한 학생들은 학교에 오기 싫어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반대였다. 대체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등교를 반대하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등교를 원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혹시 조사가 잘못된 건 아닌지 조사를 담당했던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학교 오기 싫어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저도 이상해서 한 삼십 명 정도 아이들을 만나봤어요. 그랬더니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원격 수업이 불편하지도 않고, 또 들어서 이해가 되기도 하니 굳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등교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등하교 시간 등이 없어져서 오히려 공부하는 데 도움도 된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어요."

"그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하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원격 수업하는 것이 작년에는 틀어만 놓고 딴짓을 해도 돼서 편해서 좋았는데, 올해는 딱 그 시간에 하고 카메라에 얼굴을 비쳐야 해서 자유가 없다고, 이러느니 등교해서 아이들과 놀고 싶다고... 그리고 일부 아이들은 자기는 혼자 못한다고 공부하고 싶다고 등교를 원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데 한두 시간도 아니고 많게는 일곱 시간을 카메라를 보고 있는 게 얼마나 고역이었으면..."

"그리고 학교 오기 원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이었어요. 아무래도 집에 혼자 있다 보니 공부나 생활 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기초가 튼튼하고 집중하며 수업을 듣는 그리고 부모님의 관리를 받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에 학력 차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 같아요."


상위권에 집중된 관심, 학력격차 크게 만든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2020년 코로나 학력격차 실태 조사 결과 중학교에서는 중위권이 줄고, 상-하위권이 동시에 늘어난 '학력 양극화'가, 고등학교에서는 중위권과 상위권이 줄고 하위권이 대폭 늘어난 '학력 저하'현상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2020년 코로나 학력격차 실태 조사 결과 중학교에서는 중위권이 줄고, 상-하위권이 동시에 늘어난 '학력 양극화'가, 고등학교에서는 중위권과 상위권이 줄고 하위권이 대폭 늘어난 '학력 저하'현상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 권우성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 역시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걱정해 한 달 전부터 1/3인 등교 지침과 달리 2/3 등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학교에서 걱정한 '학력 저하' 대상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스스로도 잘하고 학원 선생님이나 부모의 관리도 받아 문제가 없다. 학력이 저하되지도 않았다.

실제 '학력 저하'는 공부 못 하는 아이들,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 집에서 관리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서 일어나고 있으며, 학교폭력 등 학교 부적응 행동 역시 이들에게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7교시 수업을 위해 복도를 지나가는데 지난해 학교폭력 문제를 일으킨 아이가 아주 신나서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뭐 좋은 일 있냐고 물으니 한 시간만 있으면 집에 간단다. 그렇게 학교가 싫으니, 하니 집에 있으면 학교 나오고 싶고 학교 오면 있기 싫다고 했다. 처음 듣는 얘기도 아닌데 '쿵'했다.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아무 대책 없이 나오라고만 하는 것은 아닐까? 문제가 있는 줄 알았으면, 등교하라고 했으면 대책을 세우고 지도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존다고, 집중하지 않는다고 공부에 의지가 없다고 나무라기만 했다. 또 그런 아이들을 보며 수업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투덜대기만 했다. 해 준 것도 없으면서... 순간 미안했다.

26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중·고등학교 주요 과목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조사결과 코로나19 이후 중학교에서는 중위권이 줄어들고 상·하위권이 늘어나 학력 격차가 심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못 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실한 원격 수업과 학습결손에 대한 무대책 그리고 상위권 학생들에게 집중된 관심이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를 더 크게 하는 게 아닐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 위해 교육 당국,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학력 격차#기초 부족#원격 수업 문제#관리 부족#실효성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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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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