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는 올해 갓 스무살이 된, 고졸 학력을 가진 사회 초년생이다. 

대학을 안 가고 알바를 하면서 돈을 번다. 내가 학창시절에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지금의 내 삶에 대해 불만이 없다는 것과 내 선택으로 대학을 가지 않았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나는 고등학생 때 공부를 멀리하다가 고2 말부터 고3때 까지 정시 준비를 하며 바짝 공부를 했었다. 해서 나온 점수는 평균등급 4.5등급으로 좋은 대학은 못가지만 지방에 있는 대학은 갈 수 있었다.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배운 세상은 대학을 안 가면 '바보 취급' 받는 세상이었기에 내가 대학을 안 갔을 때의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그러나 고민하고 또 고민해 봐도 지금의 나로서는 오히려 대학을 가지 않고 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는 것이 더 보람찰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과감히 대학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경기도교육청-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졸 취업지원 기반마련을 위한 업무협약'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경기도교육청-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졸 취업지원 기반마련을 위한 업무협약'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경기도
 
그러다가 최근에 논란이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의 20대들이 대학을 가야만 국가적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고졸자들도 100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는다면 자기계발에 그 돈을 사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세계여행'은 예로 든 것일 뿐이었다).

그 말에 대해 고민해 봤다. 단지 1000만 원이라는 돈이 솔깃해서 본 것이 아니다. 학창시절에 나름대로의 공부를 했음에도 대학을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보 취급'을 받거나, 대학생들과는 달리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고졸자의 입장으로서 이재명 지사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세상의 시선에 대해

우선 우리에게 스며든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봤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위해 공부를 죽어라 하는데, 실제로 그 대학의 전공을 살려서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생은 20년만 사는 것이 아닌데, 평생을 살아가게 될 텐데.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정하니깐, 선생님이 정하라고 하니깐, 세상이 정해야 한다고 하니깐, 일찍이 꿈을 정하고 직업을 정하고 자기의 인생을 정하는 것은 너무 억압된 삶이 아닌가. 결국 대학을 가야 해서 자기가 진정으로 하려던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인식이 만들어낸 '피해자'가 아닐까. 

그러므로 이재명 지사가 말한 것처럼 고졸자에게 1000만 원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면 20대들이 더 많은 꿈들을 꾸고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의 발언을 다룬 기사를 보다 보면 비판이 수두룩하다. 첫 번째로 이재명 지사가 대선을 앞두고 무리한 공약을 내세웠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허경영과 다름없는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말들은 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한 말이었다. 참 생각이 많아지는 대목이다. 

포퓰리즘이라고? 허경영이라고?
 
 지난 2월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의 모습.
지난 2월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의 모습. ⓒ 연합뉴스
 
우선 공약이 아니었다. 그냥 '그러면 어떨까?'라는 예시를 들면서 세상이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을 강요하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그 말을 통해 사회에 질문을 던졌다고 본다.

'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꼭 대학을 가야만 하고, 왜 꿈을 정해놓고 살아야 하는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질문이다. 그런데 언론과 국민의힘은 '1000만 원'과 '세계여행'에만 콕 집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왜일까? 그들이야 말로 대선을 심각하게 신경써서 그런 것 아닐까.

국민의힘은 '이대남 이대남' 하면서 20대의 남자들을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애쓴다. 국민의힘은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크나큰 착각을 하는 것 같다. 4.7 재보선 20대의 선거결과는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라, 개혁을 하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깊숙히 박혀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역시 이재명 지사가 20대를 얘기하니 바로 달려들었다. 그들은 불안한 것이다. 

또, 허경영과 다름없는 포퓰리즘이라고 몰아간다. 세상을 돈으로만 보는 걸까? '돈으로 표를 얻으려는 것'이라며 비난하는데, 이재명 지사가 말한 근본적인 이야기는 '1000만 원 줄게 대학 가지마'가 아니다. 실행 한다고 쳐도 당연히 여러 절차를 거치고 프로그램을 짜서 지급하게 될 것이고, 근본적인 뜻은 고등학생들에게 더 많은 길을 열어주고 20대들이 더 다양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제안이다. 이재명 지사도 자신의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자 자신이 했던 발언의 원문을 공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핵심은 형식과 외관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대학진학 유무와 관계 없이 공평하게 지원받아야 하고, 지원방식은 획일적이지 않고 개인적 특성을 고려해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5월 6일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조금만 생각해보면 근본적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도 국민의힘은 버젓이 '돈으로 표를 사려고 든다'는 말을 입에 올린다. 스스로 청년을 위한다는 위정자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내놓는 말이야 말로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재명 지사가 이번에 한 말이 올바른 문제 제기를 했고, 그것이 좋은 영향력을 끼쳤으면 한다. 이번 과정을 통해 이재명 지사가 한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언론과 특정 정치의 비난을 위한 비난을 깨닫는 시간이 됐다. 

그러므로 나는 이재명 지사의 발언을 지지한다.

#이재명#고졸#1000만원
댓글3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바르게, 넓은 세상을 향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