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왔다. 금방 종식될 거라는 코로나는 여전히 요란하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코로나 방역지침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루빨리 코로나 종식되고 평온한 일상이 회복되길 바란다.

다시 오월이 왔다. 갖가지 꽃들이 꽃잔치를 한다. 그런데 때에 따라 피어야 할 꽃들이 한꺼번에 피운다. 그 많은 꽃 중에서도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꽃 '이팝꽃'이다. 오월이면 망월동 가는 길목에, 남도로 내려가는 길목에 하얀 '쌀나무'라고 부르는 이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핀다. 배고픈 시절 민중들에게 대신 곡기를 느끼게 해 주었다는 이팝나무가 오월 영령으로 피어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완도로 내려가는 길목에 이팝꽃은 피었다. 41년 전 오월 어느 날. 광주에서 난리가 났다는 소식에도 완도수협에 근무하고 있던 김재평씨는 광주로 향한다. 시골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그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몰랐다. 마침 임신한 아내가 광주 산부인과에서 딸아이를 출산했다. 5월 18일. 태어난 아이를 보러 완도에서 광주로 온 김재평씨는 계엄군이 쏜 총탄에 목숨을 잃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촛불항쟁으로 독재 부패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정권이 들어섰다. 국립 5.18묘지에서 기념식이 진행되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추도사 중에 안아준 여인이 바로 그 김재평씨의 딸 김소형씨였다. 37년 만이었다. 모두 울었다. 딸은 5월 18일에 태어나고, 그 항쟁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 김재평씨의 넋이 이팝나무로 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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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중항쟁 41주년의 핵심 슬로건은 '오월, 시대와 눈을 맞추다, 세대와 발을 맞추다'이다. 시민 공모를 통해서 정해졌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구호이자 가치이다. 이에 맞춰 제 41주년 5.18행사위원회에서 코로나 정국이지만 최소한의 행사를 기획 추진하고 있다.

다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 시민들에게 5.18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기 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득세하고 다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고 지키려고 안달이다. 국가폭력과 반민주 세력에 죽음으로써 저항했던 5.18 민주 영령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국에 다시 시대와 눈을 맞추고, 발을 맞추는 자세로 5.18민중항쟁을 맞이할 일이다.

다행인 것은 전남에서도 '5.18행사위'가 꾸려져 코로나 정국에 맞는 행사를 기획 추진하고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남도울림'이라는 주제로 기념식, 남도오월문화제, 5월버스 순회 프로젝트, 학술토론대회, 미술공모전, 청춘 서포터스. 전남5.18 다큐 투어, 오월사진전, 주먹밥 나눔 등의 행사를 한다.

지금까지 광주 중심으로 5.18 행사가 진행되었지만, 당시 전남의 여러 지역에서 활발했던 5.18민중항쟁을 정리하고 새롭게 재조명하는 '남도, 항쟁의 역사를 말하다'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전남 5.18민중항쟁의 진행 과정과 평가 그리고 이후의 다양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자리다.

그리고 전남도민과 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전남 화순, 나주, 함평, 강진, 해남, 목포 등의 5.18 사적지를 중심으로 한 다큐 투어 랜선 공연은 코로나 상황에 맞는 매우 신박한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청춘 서포터스, 5월버스 순회 프로젝트는 지역이 넓은 전남에서 시·군 지역을 연결하여 5.18을 잘 모르는 지역민들과 청소년들에게 전남 지역의 5.18 민중항쟁을 알린다.

지난 역사에서 국난과 외침 앞에서 가장 치열하게 저항해왔던 완도 지역도 '완도 5.18행사위'를 꾸려 지역민들과 함께 5.18민중항쟁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무겁고 무섭게 다가오는 5.18민중항쟁을 영화로 이해하기 위해 영화 <택시운전사>, <1987>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5.18사진 전시회, 학생들과 함께 5.18 다크 투어를 꾸준히 전개해오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민들의 눈과 발에 맞춘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완도 5.18행사위'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5.18민중항쟁의 나눔과 연대의 정신은 군부독재의 학살에 저항하는 미얀마 민주화 시위 지지에 맞닿아 있다. 완도에서도 힘찬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시민으로서의 나눔과 연대, 협력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바이다. 

김남철/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