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구 지역의 41개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대구경북지역 남북철도잇기 한반도평화대행진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약 70여명의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 평통사 회원들, 지역의 통일원로와 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여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이길우 본부장은 "외세로 갈라진 남북을 자주적으로 통일하고, 남북철도를 연결하는 데 노동자들이 앞장서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철도노조부산지방본부 변종철 본부장은 서울에서도 SRT와 KTX 통합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며 "'고속철도 하나로, 남북철도 하나로'라는 구호를 가지고 남북철도잇기 행진에 함께 달려가겠다"고 했다.
국제운수노련(ICLS)의 성명도 발표됐다. ICLS는 성명에서 남북철도 잇기 평화대행진을 지지하며 "남과 북 두 개의 KOREA의 두 개의 철도 노선(Two KOREAN railway lines)이 재연결되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며 "대행진의 성공을 기원"했다.
기자회견에는 90대 통일원로들도 참석했는데 한국전쟁 전에 경의선을 타고 개성까지 다녀온 경험을 했던 분이다. 95세의 강창덕 선생은 또박또박 1949년의 경험을 증언했다. "경의선을 타고 한강, 임진강을 건너 개성까지 다녀오면서 반외세 자주통일의 신념을 다지게 됐다. 전쟁 전이지만 남북간 국지 충돌은 있었다. 그때도 개성 송악산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를 들으며 민족의 장래에 드리운 암울한 기운에 걱정했던 일이 선명하다"고 했다. 또 동대문여고 재학시절 개성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던 한기명 선생도 "철도를 잇는 것은 핏줄을 잇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철도잇기가 76년 묵은 민족적 과업을 해결하기 위한 길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남북 철도 연결은 남북 정상이 판문점/평양선언에서 약속한,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최고의 역점사업"인데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제재와 압박에 치이고 문재인 정부의 무소신과 무능에 밀려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대북 제재를 면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토대하고 단계적, 동시적 방식을 모색함으로써 북미대화 재개와 성공에 대한 한가닥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제재만을 기다린다면 판문점/평양 선언 이행과 남북철도 잇기는 끝내 사장되고 말 것"이라며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대구경북지역 남북철도잇기 행진과 대백앞 시민문화제(5.13)과 4.9 통일열사 묘역 다짐대회(5.16), 왜관철교앞 평화기원제(5.19) 등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제재 해제"와 "문재인 정부의 남북철도잇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자는 민족의 염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행진단은 동대구역을 출발하여 칠성시장과 국채보상운동공원을 거쳐 대구백화점(대백) 앞까지 행진했다.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대구 칠성시장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문재인 탄핵 서명운동을 받던 이들이 행진단을 향해 'X' 표시를 하며 "왜 여기 와서 이러냐"며 시비를 걸기도 하고 "남북철도 이어서 뭐 하노. 빨갱이들만 내려올텐데"하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 안으로 들어가 홍보물을 나눠주면 잘 받아주고 손 흔들고 박수치는 이들도 있었다.
대백 앞에서 만난 60대 후반의 남성은 "유튜브 많이 본다. 남북철도는 꼭 이어야한다. 시베리아 대륙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면서도 "문재인식으로는 안되고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북한을 붕괴시켜야 한다"며 극우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행진 참가자는 대구시민들의 반응에 대해 "박근혜 정권이 '통일은 대박'이라며 북에 대한 흡수통일을 노골화했던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고 평하며 "흡수통일이 북한 뿐 아니라 남한 민중들에게는 '재앙'이 된다는 점을 더 설득력있고 근거있게 시민들에게 홍보해야 겠다"고 하였다. 그는 "남북철도잇기로 인한 편익은 재벌이나 권력자가 아니라 분단으로 인한 최대 희생자인 온 겨레가 누려야 한다. 때문에 남북철도잇기의 주역은 노동자민중이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의 행진 마무리는 대백 앞에서 열린 대구시민한마당이었다. 영상 상영과 대구의 싱어송라이터인 강주의 노래공연, 대학생 청년들의 율동 공연, 한반도 상징 조형물과 인증샷찍기 등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