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세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2020년 OECD 발표에 따르면 36개 회원국 중 직장인들이 소득에서 부담하는 세금과 사회 보험금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독일이었다. OECD 평균이 25.9%라고 하면 독일 평균은 39.3%이다.
독일회사 직장인들의 세금은 사람마다 정말 다 다르지만, 외벌이에 결혼을 한 상태라면 세금 등급이 '3'으로, 약 35%를 뗀 금액이 월급 통장으로 들어온다.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의 경우는 약 45%를 뗀 금액이 월급 통장으로 들어오니 세금 부담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2021년 1월부터 독일에 세금 제도 중 하나가 폐지, 자세히 말하면 '부분 폐지'됐다.
30년 전 동독과 서독이 통일된 이후, 상대적으로 빈곤한 나라였던 동독의 경제를 지원하고 서독과의 빈부 격차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던 세금이 바로 통일세다. 원래는 1년 한시적인 목적으로 1991년에 도입됐지만, 통일 비용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원래 7.5%의 세율이었으나, 1997년에 5.5%로 낮춰졌고 이 덕분에 독일은 매년 한화로 약 20조 원을 확보했다. 사실 통일세 폐지는 갑자기 나온 이야기는 아니고, 2년 전부터 독일 정치인들 사이에서 크게 논의되고 있던 안건이었다. 2012년에 동독에 지원하는 금액보다 걷혀진 세금이 더 많아서, 잉여 세금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2019년 독일 정부는 고소득자 10%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 통일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고소득자 상위 6.5%는 지금보다는 낮은 통일세를 내게 되고 그 외 연기준 9만6409유로(싱글) / 19만2818유로(부부) 이상을 버는 최고 소득자들은 지금과 다름없는 5.5%에 해당하는 통일세를 계속 내게 됐다.
실제로 통일세라는 이름은 아니고, '연대할증(Solidaritäts-zuschlag)'이라는 명목으로 걷혀진 세금이다. 이 연대할증 세금에 대해, 20년 전부터 독일 국민들의 세금 저항감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12년 전에 시행된 설문조사에서는 '합리적인 세금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80%에 달했다.
이렇게 통일세를 내지 않게 되면서 사람마다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최대 190만 원(한화)을 덜 내게 됐다.
특히 필자의 경우 1년에 약 110만 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됐다. 2020년 12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월급에서 매달 거의 70유로, 한화로 약 9만 원씩 빠져나가던 통일세였다. 그러나 매달 빠져나가는 몇백만 원의 세금 중 9만 원이라 큰 금액을 차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 성과급에서 빠져나갈때는 몇십만 원씩 빠져나가기 때문에 적지않은 금액이었다.
통일세 폐지까지 30년이 걸렸던 독일. 이 통일세 덕분에 독일은 통일의 부작용을 그마나 잘 막아온 것 같다. 상대적으로 독일의 유명한 기업들이 서독에 몰려 있었고, 교육수준도 서독이 높았다. 그렇기에 동독은 상대적으로 빈곤할수 밖에 없었는데, 이 연대 할증이라는 명목하에 걷혀진 통일세 덕분에 균형있게 한 국가로서 발전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전세계 중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국과 북한에게 있어, 통일은 굉장히 중요한 숙제다. 전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동독과 서독의 차이보다, 한국과 북한의 경제 규모 차이가 훨씬 커 보인다.
어릴때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배워왔으며, 그 노래 또한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사실 통일에 대한 염원은 사람들, 한국 사회 내에서 점점 시들어가는 것은 필자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럼 한국과 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독일처럼 통일세라는 제도 도입은 아마도 필수일 것이다. 30년이 걸렸던 독일의 사례를 봤을 때, 한국은 아마도 그보다 같거나 더 긴 기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럼 그 세금의 몫은 당연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며, 이 통일세에 대해 반발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독일에서도 통일세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의견이 꽤 컸던 것 처럼, 통일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해 보인다.
독일의 30년간에 걸친 통일세 제도를 잘 분석해, 한국과 북한이 언젠가 하나의 국가로 합쳐졌을 때 분쟁 혹은 국민들의 반발 없이 경제적 차이를 원만하게 줄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