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원장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이유는 검찰이 낸 의견과 비슷하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 재판부가 정 교수 측에서 요청한 증인을 기각했다.
위 결정은 24일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심담·이승련)심리로 진행된 정 교수의 세 번째 항소심 공판에서 나왔다. 정 교수 측에서 요청한 증인은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다. 정 교수는 조민씨가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확인서에는 한 원장 직인이 날인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장은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었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해당 혐의에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인턴십 확인서가 조 전 장관의 서울대 연구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은 관련 의혹에 대해 2019년 9월 6일 인사청문회에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발급을 한 것을 제가 어떻게 알겠나"라며 부인한 바 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의 달라진 주장
그러나 정 교수 측은 이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서울대 교수 재직시설 인턴십 참여 및 활동 인정(발급) 권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 김종근 변호사(법무법인 LKB 파트너스)는 "조국 교수가 다른 학생들에게 사형제도와 관련 여러 일을 시켰던 메일이 확인된다"면서 "당시 세미나를 주관하고 주최하는 등 모든 책임을 쥐고 있던 책임교수(조국)에게 세미나에 관한 전권이 위임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경심 교수 측이 원심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차이가 있다. 원심 판결문 168쪽에 따르면 정 교수 측은 ▲조민씨가 2009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한인섭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 내준 과제를 수행했으며, ▲같은달 15일에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주최로 열렸던 '동북아시아 사형제도' 국제컨퍼런스 세미나에 참석해 위와 같은 확인서를 발급 받았다고 주장했다. 원심에서 변호인은 여기에 2008년 하반기 무렵부터 조국 교수가 조민씨와 그의 친구 장아무개씨, 박아무개씨에게 인권동아리 활동을 지도해왔던 내용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가 발급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 교수 측 입장이 바뀌게 된 배경에는 과거 한 원장이 검찰 조사 당시에 한 발언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원심 판결문 171쪽에 따르면, 한 원장은 검찰에서 "2009년 5월 15일 조민이 세미나에 참석한 사실도 알지 못한다"라며 "2009년 당시 조민이 세미나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조민을 만나거나 조국 교수로부터 조민을 소개받은 기억이 없고, 조민에게 전화해서 스터디를 하라고 지시한 기억도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 의견 받아들인 재판부, 증인 신청 기각
그럼에도 정 교수 측이 항소심 재판에서 한 원장을 증인으로 요청하려 한 이유는 '인턴십과 관련해 당시 조국 교수에게 부여됐던 권한의 범위'를 묻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한 검찰 의견과 비슷하다"며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다음은 이날 검찰이 정 교수 측 주장을 반박한 내용이다.
"인턴십 확인서에는 조민이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사형제도) 국제학술대회 참여를 위해 인턴활동을 했다는 게 기재돼 있다. 결국 본건은 조민이 그 기간동안 실제로 인턴을 했는지가 명백해야 하는데, 정 교수 측은 오히려 다른 활동을 끌어들여서 확인서를 입증하려 하고 있다. 이는 논점 이탈이다."
이어 검찰은 "한인섭 원장이 출석을 해도 조국과 그의 딸 사이에 있는 일을, 조민도 잘 모른다는 한 원장이 알리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 "본건 공소사실과도 무관해 증언의 가치가 없는 일이다. 의미없는 절차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한인섭 원장은) 항소심 공판 준비단계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증인이다. 공판에서 변론 취지가 바뀌는 것 같다"면서 "증인 신청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서울대 법학연구소에 보내는 사실조회 신청에 관련 내용을 기재하고 이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인섭 원장은 정 교수의 1심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지만,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것을 우려해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