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은 ㈔세상과함께가 제정한 환경상입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세상과함께 환경위원회와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 심사위원회와 공동 기획해 '삼보일배오체투지人'을 찾아 나섭니다.[편집자말] |
딱, 15초정도였다. 세 걸음 떼면서 두 무릎과 팔꿈치,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린 뒤 다시 일어나기를 거듭했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의 뒤를 이어 수많은 사람들이 자벌레처럼 한 뼘씩 느릿하게 나아갔던 '거대한 묵언 행렬'. 지난 2003년, 2008년에 새만금 갯벌과 4대강의 뭇생명을 살리려는 고행의 삼보일배, 오체투지 행렬은 길고 뜨거웠다.
"목소리를 높이거나, 머리띠를 두르지 않았어요. 길바닥에 엎드려 참회하는 수많은 묵언의 15초, 그 연속이었죠. 일상에서 쓰레기를 양산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탐욕 덩어리인 나를 바꾸겠다는 기도가 전부였습니다. 그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人'을 찾아 나선 겁니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성찰을 일깨우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공모를 준비하는 ㈔세상과함께 송옥규 환경위원장의 말이다. 지난 19일 부처님 오신 날에 ㈔세상과함께 사무국이 있는 세종시 장군면 '금선대'에서 송 위원장과 전종열 사무처장을 만났다.
청명한 날, 세상과함께 회원들은 도토리나무 그늘 평상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마스크를 쓴 아이들은 앞이 탁 트인 마당과 법당을 경계 없이 뛰어놀았다.
환경운동이 일상인 사람들을 찾아
지난 2020년 ㈔세상과함께가 제정해서 첫 수상자 15명을 낸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이하, 오체투지 환경상)은 여러 면에서 이목을 끌었다.
첫 공모사업에 총 64건의 개인과 단체가 참여할 정도였다. 특별상의 경우 문화예술, 환경교육, 청년, 생활실천 분야 등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 환경운동가들을 적극 발굴했다. 활동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연구 활동을 벌이는 단체들을 위해 환경연구-활동 기금도 지원했다.
'환경대상' 수상자에 5000만원을 시상하는 등 총 상금 액수 2억 원도 파격적 규모였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 등의 후원을 받지 않고 회원 회비 등 순수한 민간 재정으로 마련된 상금이기에 더 의미가 컸다. ( [관련기사]
1회 오체투지상 대상에 김종술... 환경상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로상 정수근 http://omn.kr/1qrsw )
"환경대상을 받은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대책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대강사업을 13년 동안 고발해온 그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죠. 인생이 곧 금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활동지원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이끄는 오동필이라는 사람도 새만금을 지키는, 아니 군산을 지키는 '환경대장'이었습니다."
송 위원장은 제1회 오체투지환경상 시상에 대해 대체로 만족해했다.
그가 보기에는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내세우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일상 자체가 곧 환경운동'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단다. 그는 "10여 년간 환경운동, 마을운동을 해 온 '모두의 에너지 자립마을학교'나 지역 쓰레기 실태를 조사하고 심각성을 알린 <쓰맘쓰맘> 등의 활동도 '운동'이라기보다는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최후의 보루
하지만 송 위원장은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부터 지키고 싶었단다.
"환경문제가 하루이틀에 해결되는 건 아니죠. 오랜 세월 관심을 가져야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1회 환경상을 심사하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 자기 먹고사는 일에 관심을 갖는 시대이지만 환경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이었죠. 고마웠습니다. 우리나라의 복입니다. 이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소중합니다."
이들과 연대하면 환경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송 위원장은 "심사를 진행하면서 기후 위기 등 현재 직면한 환경 문제는 비단 이들의 손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1회에 이어 올해 오체투지 환경상을 시상하는 까닭을 물었다.
"이들이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죠. 이들이 없다면 아무도 환경 위기를 경고하지 않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오체투지 환경상은 '환경 선언'입니다. '당신들과 항상 함께하겠다'는 지지와 연대 선언이죠."
그는 "1회 때 수상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함께 어깨를 부여잡고 울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이 상이 보다 널리 알려져서 첫 회 때 지원을 하지 못했던 단체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에서, 각 분야에서 현장을 지키며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혜택이라도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다... 상금 2억 2500만원으로 증액
지금도 전국에서 환경파괴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 한 단체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는 ㈔세상과함께의 의지 탓인지, 올해 공모하는 2회 오체투지환경상의 시상 부문과 상금 액수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9월 공모를 시작하면서 상 제정 소식 등을 알렸지만, 올해에는 5월 25일로 제2회 오체투지 환경상 공모 계획을 3개월 앞당겨 공개했다.
"공모 기간은 9월 1일부터 1달 동안이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환경운동가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게 필요할 겁니다. 내년 활동 계획을 염두에 두고 지원기금이나 상을 신청할 수도 있겠죠. 저희도 지난해 지원서조차 내지 못한 단체들을 찾아가서 발굴하려고 합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자는 것이지요."
이번 환경상 공모 분야는 총 6개 부분이다. ▶환경상 '대상'(1인 또는 단체 5000만원), '환경상'(1인 또는 단체 3000만원) ▶특별상(7개 부문 총 5500만원) ▶환경연구지원기금(2인 또는 단체, 각 2000만원) ▶환경활동지원기금(1인 또는 1개 단체, 2000만원) ▶풀뿌리환경활동지원기금(10인 또는 단체, 각 200만원) ▶환경콘텐츠(2인 또는 단체, 각 500만원)이다.
지난해에는 15개의 개인과 단체에 상을 수여했지만, 올해에는 24개 개인과 단체로 늘었다. 환경연구활동지원기금도 '연구'와 '활동' 기금을 분리 공모한다. 특별상에 동물 사랑을 실천한 개인 및 단체에게 '나모상'을 수여한다. '풀뿌리환경활동지원기금'과 유튜브 영상, 다큐멘터리,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등 '환경 콘텐츠'도 추가 공모한다. (☞
[관련 자료]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상 공고문)
전체 시상금도 지난해 2억 원에서 2억 2500만원으로 증액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세상과함께 전종열 사무처장이 거들었다.
"활동지원기금은 생소할 겁니다. 작년에도 분리해서 지급하려 했지만, 연구 프로젝트에 익숙한 분들이 활동지원기금을 소위 '연구'라는 대가로 지불하는 기금으로 오해하더라고요. 그냥 '우리 단체 이렇게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고 하면 이에 대한 심사를 거쳐 지원되는 기금입니다.
풀뿌리환경활동지원기금은 200만원씩 10개 단체에 지급되는데, 큰돈은 아니지만 작은 단체들이 특정 운동을 시작할 때 보탬이 될 수 있는 액수입니다. '인건비는 몇 퍼센트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딱지'(제한 규정)가 붙지 않는 기금입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드리는 성금입니다.
나모상은 금선대에서 기르던 반려견의 이름을 딴 상인데요, 동물병원에서, 그리고 길에서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의 생명권에도 관심을 갖자는 의미에서 시상을 결정했습니다. 특히 동물애호 단체들은 많은데 이들을 후원하는 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체투지상의 핵심 메시지] 겸손, 성찰, 그리고 연대와 응원
2015년 창립한 ㈔세상과함께는 그동안 국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분들을 돕고 해외 빈곤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미얀마 학교 건립 및 어린이 돕기, 국내 장애인 돕기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올해에도 시련을 겪고 있는 미얀마의 민중들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차례 성금을 모금했다.
여기에 투여되는 비용만도 만만치 않을 텐데, 환경상 상금을 2500만원이나 증액했다. 또 모든 상금이 '세전'이 아닌 '세후 금액'이다. 송 위원장에게 환경상 재원의 출처를 물었다.
그는 "올해도 회원들로부터 1억5천만 원 지정기부를 받았고, 나머지는 법인 예산으로 한다"면서 "생각 같아서는 1억 원을 더 올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았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매월 1만원씩 후원금을 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세상과함께를 후원하는 건 세상이 보다 밝아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겠죠. 매일 만원씩, 부모님 생신 때나 결혼기념일에 특별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반성할 일을 했으면 자성의 뜻에서 보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마음을 닦고 세상도 닦으려는 분들의 보내주신 소중한 돈입니다."(전종열 사무처장)
오체투지환경상이 세상에 보내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물었다. 송 위원장은 "겸손"이라면서 "환경파괴를 통해 땅값이 올라가고 은행 잔고가 늘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가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돈을 위한 탐욕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이 상이 추구하는 가치 3가지를 꼽아 달라'고 했다. 그는 "개인의 성찰, 조건 없는 현장 활동가 지원,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많은 분들에게 지지 응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경은 교육과 노동, 문화 등으로 일컫는 한 분야가 아니고 환경이 세상이자 세상이 환경"이라면서 "세상과함께와 환경과함께는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천연물로 천연물을 치료합니다"
송 위원장은 경기 안산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이기도 하다. 전 사무처장을 비롯해 ㈔세상과함께 회원 중 100여명이 한의사이다. 한의사들이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는 배경이 궁금했다. 송 위원장에게 '환경운동과 한의학의 교집합'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의 답변은 짧지만 명료했다.
"우리는 천연물로 사람을 치료합니다. 땅도 천연물이고 땅에서 나는 약초도 천연물입니다. 나무도, 사람도 천연물입니다. 천연물로 천연물을 치료하는 게 한의학입니다."
그는 한의사 그룹인 '아름다운 연구소, 지금 여기'라는 단체도 이끌고 있다. 이 단체는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고 노회찬 의원과 등 사회 저명인사들을 위해 치료와 성금 등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활동도 해왔다. 그는 이 사실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평소 알고 지냈던 한의사들이 사회활동에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세상환경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힘썼던 분들입니다. 감히 '지원을 했다'고는 말할 수 없고 잠시 함께해서 기뻤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코로나19 한의임상진료'라는 제목의 두툼한 책도 펴냈다. 송 위원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역병은 계속 발생했고, 이런 경험이 한의학에 누적돼 왔기에 양방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코로나19 치료법에 대한 한의학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초기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대기했던 환자들이나, 완치 환자들의 부작용, 백신 치료 부작용 등을 겪는 환자들을 한의학에서 치료한 사례는 많다"면서 "하지만 '한의학이 코로나19를 치료했다'고 말하면 양방쪽에서 들고 일어나면서 의료 권력게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삼보일배오체투지 백서, 전국 환경 지도, 쓰레기 지도
마지막으로 전종열 사무처장에게 (사)세상과함께 환경위원회의 올해 계획을 물었다.
"전국의 크고 작은 환경 현황을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활동이 어떤 게 있는지 정리하고 있죠. 대한민국의 환경문제와 분쟁에 대한 전체 지도를 그리는데 60여명의 한의사가 투입됐습니다.(웃음)
전국 쓰레기 폐기물 현황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 동네 쓰레기 적치 장소는 어디?'라는 식의 전국 쓰레기 지도를 그리려고 합니다. '삼보일배오체투지 백서'도 만듭니다. 과거 삼보일배오체투지의 정신과 의미, 행태 등을 총망라하는 책입니다."
송 원장에게도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어떤 분들이 오체투지환경상을 받았으면 하나?
"평소에 '나는 상을 받으려고 환경운동을 하지 않았다' '나는 환경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것 같습니다(웃음). 저희가 준비한 건 많지 않지만,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송 위원장과 전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