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5월 22일) 소성리에 도착한 행진단은 23일 아침 한반도 조형물을 트레일러에 실어 활기재를 넘어 김천 노곡리로 이동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도로가 좁은 곳이라 안전을 고려한 조치였다. 24일차 행진은 바로 노곡리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드 배치 후 피해를 호소하는 노곡리 주민들
사드가 배치된 달마산 정상(해발 650미터)의 남쪽이 소성리라면 달마산 너머 북서쪽이 바로 김천 노곡리 마을이다. 사드 부지에서부터의 거리는 소성리와 비슷하고 사드 레이더의 정면 방향에 해당되는 곳이라 처음부터 레이더 전자파 우려가 컸던 곳이기도 하다.
노곡리 박태정 이장은 "100여 명이 사는 마을에 암 발생 환자가 10년에 두세 명 나올까 말까 했었는데, 사드가 배치된 후에 7명의 주민들이 암에 걸리고 그중 2명이 돌아가셨다"라며 "이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 때문은 아닌지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박 이장은 사드 때문에 주민들이 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피해가 크고 과수원 수확량도 급감하고 있다고도 얘기했다. 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대응은 없다고 한다. 주민들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안이라 간단한 실태조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환경과 보건 전문가들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미국에 굴하지 않고 주권 찾아야"
사드반대 투쟁은 주로 소성리에서 열리고 노곡리에서는 행사가 많이 없어서인지 한반도 상징조형물과 행진단이 마을에 도착하자 널찍한 공터에 모인 노곡리 할머니들과 마을 주민들이 유독 반가워했다.
24일차 행진 출발에 앞서 박태정 이장은 "남북철도잇기 행사를 통해 꼭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면 좋겠다. 미국 없이도 잘 살수 있는데 미국 간섭이 너무나 많고 좌지우지 하고 이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려고 한다"라며 "거기에 굴하지 않고 주권을 꼭 찾아야 한다. 건강하게 행진하라. 바쁜 농사철이 좀 지나면 행진에도 결합하겠다"라고 격려했다.
노곡리를 출발한 행진단은 연명리 등 김천 농소면을 지나 KTX 김천구미역이 있는 김천 율곡동 혁신도시로 행진을 이어갔다.
휴일이고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거리에 시민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학생들과 어린이들, 산책나온 시민들이 행진단 행렬을 관심있게 살펴보고 행진에 함께하기도 했다.
그중 한 어르신은 "이렇게 좋은 일에는 식구들 손주들도 다 데려와 참여해야 한다"며 다음날 김천역까지의 행진에도 참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희망과 자신감을 느꼈어요"
한 참가자는 "남북철도잇기 행진 소식에 너무 행복했다. 아버지 고향이 개성인데, 2007년 남북철도가 시범운행됐을때 아버지와 이제는 고향땅에 가볼 수 있겠다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라며 "그런데 결국 철도연결이 안되고, 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남북 철도 연결되면 아버지 꿈을 대신 실현시켜 고향을 방문하고 유럽까지 여행을 가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김천은 경부선과 경북선이 지나는 곳이고 내륙선도 통과하게 된다.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남과 북의 우리 민족뿐 아니라 유라시아의 많은 분들이 김천을 경유하게 될 것"이라며 철도 허브도시로 김천이 발전하길 바라기도 했다.
"행진을 하면서 희망과 자신감을 느낀다. 이런 행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후세들이 행복한 나라에 살기 위해서는 남북평화통일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런 한걸음 한걸음에 국민여러분들이 직접 참여해주는 게 촛불정신의 맥을 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참가자도 있었다.
사드반대 투쟁에 앞장서 온 김동기 김천시의원도 "남북 철도잇기는 자주권을 반납해버린 이들을 구속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주권을 보유한 우리들이 그렇게 나서다 보면 대한민국내의 삼팔선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성리 김천의 사드 문제도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함께하자"라고 결의를 다졌다.
행진이 마무리되고 행진단이 밀고 끄는 한반도 상징조형물을 하룻밤 보관할 장소까지 이동하는 비공식 행진에도 사드반대 투쟁에 가장 앞장서는 소성리 평화지킴이들과 김천시민대책위 회원들이 주축이 됐다. 행진단은 수년간의 투쟁에도 웃음을 잃지 않은 이들에게 남북철도연결로 꽃길이 열리기를 진심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