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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예외 없이 하루는 시작된다. 날마다 쳇바퀴 돌듯 매일 반복하는 삶이다. 산다는 것은 먹는 일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하루 일상 중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시장과 마트다. 또한 산책을 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날마다의 루틴 속에 들어가는 일이다. 남편과 나는 거의 빼놓지 않고 산책을 하기 위해 공원을 간다. 

그런데 때때로 가는 곳이 있다. 우리 생활에서는 꼭 필요한 곳이다. 나는 봄이 오면 계절에 맞는 떡을 만들어 먹는 걸 즐기므로, 방앗간에 자주 간다. 쌀을 빻으려고 가기도 하지만 잡곡이나 견과류, 참기름도 사야할 때도 간다. 방앗간에는 먹거리들이 많다. 김장할 때는 고춧가루를 사야 한다. 우리 생활과 방앗간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는 특별한 방앗간이 있다. 예전에는 나이 든 부부가 방앗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젊은 부부가 방앗간 일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보니, 아들과 며느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이 든 부모가 이제는 연세가 많아 아들과 며느리에게 하던 일을 물려주는 듯하다. 오랫동안 방앗간은 우리 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몫을 하고 있는 곳이다.

젊은 사람들이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보다 청결에 신경을 쓰는 듯 엄청 깨끗해졌다. 그런데 얼마 후 방앗간에 볼일이 있어 갔더니 이곳이 방앗간인가 싶어 놀라웠다. 마치 카페와 같은 분위기다. 깨끗하고 멋지게 리모델링을 해 놓았다. 
 
 방앗간에서 파는 것은 모두 진열해 놓았다.
방앗간에서 파는 것은 모두 진열해 놓았다. ⓒ 이숙자
 
그런데 이 방앗간에서 어느날부터 슈퍼에서만 파는 각종 견과류를 세척해서 볶아 병에 담아 예쁘게 진열해 놓았다. 씻어 볶아 놓은 땅콩, 해바라기씨, 호두, 아몬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견과류는 모두 세척을 해서 볶아서 팔고 있어 안심이 되었다. 먹어 보니 슈퍼에 산 것보다 더 고소하고 맛도 있고 기분이 좋았다. 

견과류도 아주 정돈이 잘 된 모습으로 진열해 놓았고 참기름, 들기름 등 방앗간에서 팔 수 있는 각종 물건들을 규격에 맞추어 잘 진열해 놓았다. 살면서 여태껏 이런 방앗간은 처음 보았다. 그곳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 기분이 좋고 주인에 대한 신뢰가 느껴졌다. 

자기만의 가치와 책임의식으로 소비자를 대하는 마음과 정성이 가득 느껴져 호감이 가고 다른 사람에게도 널려 알려 주고 싶었다. 방아를 찧을 때도 적당히가 아니라 정해진 데이터에 의해 소금 간을 해주는 듯하다. 지난번 떡 만들어 먹을 때도 간이 딱 맞아 맛이 좋았다.

세월이 갈수록 사람들 수준과 의식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질서 없고 어수선하고 여러 물건들이 나열되어 있는 곳이 방앗간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방앗간도 차별화를 보여 준다. 카페와 같은 분위기의 방앗간은 우리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다. 어느 곳을 찾아가느냐는 소비자의 몫이다. 

우리 동네 카페처럼 예쁘고 깨끗한 소비자가 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손님을 대하는 새로운 방앗간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이 변화하는 만큼 젊은 사람의 사고도 달라졌다.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부모가 하던 일을 자녀가 대대로 물려받고 장인정신과 아름다운 전통이 이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지금은 사람이 하는 일에는 높고 낮음이 없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차별화를 가진다면 방앗간도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정성과 신뢰로 손님을 대한다면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동네에는 카페와 같은 멋진 방앗간이 있다. 우리가 매일 먹어야 하는 먹거리를 신뢰할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에서 살 수 있어 감사하다. 나는 오늘 방앗간에서 아침에 밥 대신 끓여 먹을 검은깨죽 가루를 만들고 견과류와 쌀도 사 가지고 돌아왔다. 우리 동네 카페 같은 방앗간은 우리 가족 건강 지킴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방앗간#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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