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감자 완판남'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대한민국 완판남, 완전히 판을 바꿀 남자가 되겠다"며 3일 다시 한 번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최 지사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빈부격차를 해결해야 한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제가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우리 당에 '불공정·불평등·빈부격차를 없애라,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라'는 임무를 주셨는데 해내지 못했다"며 "빈부격차를 물리치기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 우리가 국민들과 함께 분노해야 하고, 함께 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임무'에 실패했을까. 최 지사는 "귀족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당이나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쌓인 문제다보니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하는지를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고, 그냥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하다보니까 이런 상태"라고 봤다. 이어 "여기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저는 확실하게 진보색깔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당이 분배와 임금 강화에 중점을 두는 정책으로 가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의 진보색깔, 확실하게 강화해야"
최 지사가 생각하는 해법은 고용국가, 청년국가, 분권국가, 평화국가, 디지털국가다. 그는 특히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빈부격차를 줄이는 제일 빠른 길이다. 복지나 수당, 지원금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취직 사회책임제(채용시 월급의 일부를 지원)'를 제안했다. 최 지사는 "강원도에서는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다"며 "강원도 실업자가 3만 명 정도인데, 그 중 1만 3천명을 정규직으로 취직시키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 실업자가 114만 명인데, (국가가) 그들의 월급을 100만 원씩 보전해서 취업시키면 13조 원쯤 든다"며 "2차 재난지원금이 약 15조 원 정도였는데, 그 돈이면 우리나라 실업자 전체를 취직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분들이 취업되면 실업수당이 안 나가고, 또 취업자들이 세금을 내면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며 "세수가 좋아지면 (지원 규모를 늘려서) 월급을 올릴 수 있고, 그러면 전체 월급 수준이 올라가서 분배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인처럼 현직 광역단체장으로서 대선을 준비 중인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비교해선 "제가 제일 선배"라며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제가 지금 (지사한 지) 10년째인데, 강원도 복지관련 예산 종류만 14만 가지다. 그걸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두 분도 훌륭한 분들인데, 오랫동안 훈련되고 개혁적 마인드를 갖고 계획을 세워 집행하는 것은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지사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3일 기자회견에서는 관련 질문에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어서 짧게, 비체계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집권당은 정교하고 치밀해야 한다. 빠르면 내일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다만 송영길 대표의 사과를 두고는 "당의 입장이니까 수용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등에 관한 질문에도 "정확히 정리해서 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평소 생각은 있지만 "대충 한두 마디 하면 힘이 없다. 우리 당이 180석을 가졌기 때문에 정교하게 정리해서 (사람들이 저의) 사고 틀을 따라오게 해야 한다"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다음은 최 지사의 '출마보고' 전문이다. 이 자리에는 그와 함께 MBC에서 일했던 박광온 의원, KBS 출신 정필모 의원, 강원도당 위원장 허영 의원이 함께 했다.
[전문] 분노하라!
청년들이 울고 있습니다. 울음소리가 들린 지는 오래 됐습니다. 취직을 하려면 100통의 자기 소개서를 쓴다고 들었습니다. 어렵게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월급은 적고 근무 시간은 깁니다. 월급 받아 집세로 다 냅니다. 이 직장 저 직장을 옮겨 다닙니다. 결혼할 상대가 있어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전혀 새로운 얘기들이 아닙니다.
제가 속해 있는 민주당은 최근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왜 참패했는가? 국민 여러분들께서 우리 당에 분노하셨기 때문입니다. 특히 젊은 청년들의 분노가 컸습니다. 왜 분노하셨는가? 국민들께서 우리 당에 부여해 주신 임무를 완수해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임무를 부여하셨는가? 불공정-불평등-빈부격차를 없애라. 특히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라. 이런 임무를 주셨습니다.
우리가 해 내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저는 도지사 직을 수행하면서 불공정-불평등-빈부격차의 문제가 왜 이렇게 해결되지 않는가를 고민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신자유주의였습니다. 나라의 전체 구조가 신자유주의적 구조로 돼 있었던 것입니다. 돈과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로 돼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거대한 사기극이었습니다. 승자 독식, 이익 독점, 시장 만능, 복지 축소, 고용 축소, 비정규직의 확대, 외주화가 나라를 휩쓸었습니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이런 구조가 단단히 고착화됐습니다. 피해자들이 생겼습니다. 세대별로는 청년들, 공간별로는 지방, 고용 형태별로는 실업자-비정규직들입니다. 중소기업들,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간혹 을들끼리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사회 현상들이 있습니다. 페미니즘 논쟁, 혐오 현상과 같은 것들입니다. 그 뿌리는 삶의 어려움입니다. 공동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빈부격차를 해결해야 합니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제 대표 공약이 고용국가입니다.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빈부격차를 줄이는 제일 빠른 길입니다. 대한민국이 고용 중심 국가가 돼야 합니다. 청년들 취직을 정부-기업이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저는 이 정책을 취직 사회책임제라고 명명했습니다. 강원도에서 이미 시행해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복지나 수당, 지원금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공약은 청년 국가입니다. 청년들이 돈 때문에 삶의 희망을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대학 등록금 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기들은 나라가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젊은 국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분권국가입니다. 지방은 불공정-불평등-빈부격차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소멸의 위기에 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 본사들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들 법인세 깎아 줘야 합니다.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은 상속세도 면제해 줄 정도로 파격적이어야 합니다. 지역 대학들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지역 대학들부터 등록금을 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평화국가입니다. 남북은 형제입니다. 남북 관계를 규정하는 새 정책으로 '형제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서로 독립적으로 살면서 서로 돕는 관계를 말합니다. 다섯 번째는 디지털 국가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디지털 정체성을 가집니다. 매일 매일의 삶이 디지털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당원동지 여러분! 우리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삶을 걸었던 사람들입니다. 당원동지 여러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당원동지 여러분들에게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제 우리가 빈부격차를 물리치기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가 국민들과 함께 분노해야 합니다. 함께 울어야 합니다.
민주당의 국회의원-도의원-시의원-군의원님들, 도지사-시장-군수님들. 우리가 마음먹고 결정하면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죽을힘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가 본래 있던 곳, 가장 낮은 곳으로 가야합니다. 빈부격차를 해결할 사람은 우리들뿐입니다.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꼭 해야 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가진 정치 철학이 '인간의 존엄'입니다. 인간은 귀한 존재입니다.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도 국민들을 귀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국민 한 분 한 분이 모두 귀하게 여겨지는 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 인존국가를 꼭 만들겠습니다. 출마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