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장관은 신임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4일 단행된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 보도자료에 일부 굵은 글씨로 처리된 문장이다. 전임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간 불거진 인사 갈등을 의식한듯한 '강조 공지'였다. 박 장관은 지난 3일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과 오후 회동에 이어 만찬 회동까지 이어가며 '마라톤 소통'을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총장도 "강력하게 이야기하겠다"며 이견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뜻을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공개된 결과는 '이변 없음'이었다. 핵심 포인트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서울고검장 승진과 '월성 원전' 수사를 관할하는 강남일 대전고검장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좌천이다. 수사직 복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사법연수원 부원장 직에 머물렀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구본선 광주고검장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내려앉았다.
이성윤 빈 자리는 이정수... '김학의 불법출금 논란' 문홍성도 대검으로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꼽혔던 심재철 남부지검장은 그대로 유임됐다. 문홍성 수원지검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자리를 맞바꾸게 된 것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문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공소장에서 이성윤 지검장의 '경위 파악' 지시를 받은 인물로 등장, 현재 피의자로 고발된 상황이다.
가장 눈에 띄는 좌천은 윤석열 검찰총장 대행으로 검찰을 잠시나마 이끌었던 조남관 대검 차장의 법무연수원행이다. 이로써 대표적인 '좌천 인사지'로 꼽히는 법무연수원엔 연수원장으로 직을 옮긴 조 차장과 함께 강남일, 구본선 고검장 그리고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무부를 거쳐갔거나, 친정부 인사로 꼽히는 이들은 모두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성윤 지검장의 빈 자리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채웠다. 검찰 4대 요직 중 하나인 법무부 검찰국장 직엔 법무부 대변인을 거친 구자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올랐다.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의 경우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관정 동부지검장의 경우 수원고검장으로 영전했다.
"예상했던 인사" vs. "피의자 고검장 말이 되나"
인사 발표 이후 법무부 브리핑에선 이성윤 지검장 승진에 대한 질문이 연달아 이어졌다. 법무부 대변인은 '이 지검장이 피의자인데 고검장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이견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개별인사라 해석드릴 수 없다"고만 갈음했다. 김 총장이 박 장관과 오후 회동을 마친 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저녁 회동을 하며 박 장관이 많은 의견을 청취했고 총장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주변에선 김오수 신임 총장을 향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오수 총장은 허수아비라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피의자 신분 지검장이 감찰 업무를 하는 서울고검장으로 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예상했던 대로 나온 결과"라면서 "이 지검장의 경우 욕먹을 각오를 감수하고서라도 (관련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