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국가보안법으로부터 시작된 억압과 검열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사회 문제에 대해 '문제'라고 말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때 느끼는 불편함. 내 말이 정치적으로 들릴까 남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 하다 못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말할 때조차도 '빨갱이'라는 말을 들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국가보안법의 실체이다.
열흘만에 10만 명이 서명해 국회 입법 청원을 달성한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전국민적 요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탄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백해무익'한 국가보안법을 지금 당장 폐지해야한다.
국회 10만 청원으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서포터즈는 국회 앞에서 릴레이 피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아래는 지난 4일 9일차 피케팅에 참여한 봉준희씨와의 인터뷰이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진보대학생넷 활동하고 있는 이화여대 봉준희입니다."
- 국가보안법 폐지 서포터즈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 진보대학생넷에서 다같이 국가보안법 관련해서 세미나도 듣고, 토론 하면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어요.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보안법이 당연히 없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게 돼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 10만 입법청원이 달성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10만 입법 청원이 굉장히 빠르게 달성이 됐잖아요. 맨 처음에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나중에는 이게 정말 '전국민적으로 요구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주변 친구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알리고 청원을 받으셨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고등학교 친구들한테 청원을 받았던 게 제일 인상 깊게 남아있는데,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정말 친하게 지내긴 하는데 딱히 정치 얘기를 하지는 않는단 말이에요. 가끔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정치인들의 행동이 이슈가 되면 '이번에 그거 봤냐? 웃기지 않냐' 하면서 언급하는 정도로 얘기만 하고, 진지하게 정치에 관한 얘기를 거의 안 했어요. 얘기를 안 하다 보니까 얘기를 꺼내는 게 좀 무섭기도 했어요. '얘네가 나를 빨갱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얘가 대학교 가서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어요.
그런데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하니까, "안 좋은 거 없애라는 거네. 청원하면 되는 거지?"라면서 바로 청원을 해주겠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원래 얘기하기가 껄끄러웠는데 이제는 그런 게 덜한 느낌이에요."
-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피케팅을 해보니 어떤가요?
"국회 앞에 처음 가봤는데, 엄청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거리에서 시민들을 마주치면서 피케팅을 많이 했었는데,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국회 앞에 피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공감이 되는 의제도 있고 공감 전혀 안 되는 의견도 있는데, 일단 국회 앞에서 그렇게 많은 의제를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것 같아요. '한반도 평화와 남북합의 이행하라'라는 피켓이 있었는데 그런 의제에는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반가웠습니다."
- 본인이 생각하기에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말로만 들으면 정말 그런지 생각이 잘 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사회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잖아요. 이 불편함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죠. 이건 비정상적인 건데, 이게 어디서부터 왔을까 뿌리를 찾아보면,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니까 당연히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국가보안법을 알면 알수록 이런 불편함이 더 커지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더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실효성이 없는 것.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을 본따서 만든 법이 기억할만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부정적인 영향밖에 없는 법을 왜 아직도 안 없애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앞으로 바라는 점이나 다짐이 있다면?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에게 국가보안법에 대해 알리면서,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할 법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도 잊지 않도록 계속 알려주고, 더 많은 친구들이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할 법이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여러 활동을 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