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을 돕고, 지난해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양정철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오랜만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는 "아마추어가 너무 많았다"고, 민주당에는 "절박함이 없다"고 비판하며 재집권 가능성도 "냉정하게 따져보면 비관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등 여권을 향한 쓴 소리를 쏟아냈다.
양 전 원장은 8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코로나19 위기를 잘 넘어왔다며 "위기극복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다. 다음 대통령이 전환기적 시대를 열 수 있는 조건을 갖춰놨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며 "청와대와 내각 참모 진용의 국정운용 행태에 아마추어적 모습이 적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인사문제를 꼽았다. 양 전 원장은 "시스템과 절차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 특성상 어떤 자리에 누구를 콕 찍어 보내지 않는다"며 "참모들이 가용 인적자원을 폭넓게 쓰도록 하지 못한 면에서도 협량함이 있었다"고 했다. 또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선 검찰이 무리를 해도 너무 했으나 이후 검찰과의 일은 세련되고 합리적이지 못했다"며 "박범계 장관의 신현수 전 민정수석 패싱 논란 같은 것이 대표적인 아마추어적 일처리"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아마추어적, 민주당은 마이너리즘"
양 전 원장은 민주당을 봐도 "절박함이 없다"며 "마이너리즘에서 못 벗어난 사람도 많다"고 했다. 그는 "검찰 이슈, 언론개혁 이슈 등 개혁과제는 정권 초기 과제"라며 "마무리에 접어들어야 할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 정책 등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난다면 중도 확장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태도 면에서도 "남 탓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여당의 위기는 어디부터 비롯됐을까. 양 전 원장은 "변화맹시(變化盲視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의 시작은 박원순 전 시장 시민장부터"라고 분석했다. 그는 "박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안고 간 것"이라며 "정작 가족들은 조용한 가족장을 희망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시민장으로 치렀다. '그 정도는 해도 된다'는 오만함이고, '이게 왜 문제가 되지' 하는 무례함에 말없는 많은 시민들이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봤다.
양 전 원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조국의 시간>을 출간한 것을 두고는 "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허물에 대해서 여러 차례 사과했고, 허물에 비해 검찰 수사가 과했으며 그로 인해 온가족이 풍비박산 나버린 비극은 다 아는 일"이라면서도 "그분 정도 위치면, 홀로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회적 무게가 있다. 나같으면 법원과 역사의 판단은 믿고, 책은 꼭 냈어야 했는지..."라고 밝혔다.
"친문 후보 옹립? 웃기는 얘기... 통합의 정치로 가야"
양 전 원장은 여권이 이 모든 상황을 뛰어넘고 정권 재창출을 해낼 수 있는지도 "예단하기 어렵다"며 "냉정하게 따져보면 비관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정권 재창출 대의 하나 때문에 또 뭔가의 악역을 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면서도 "일치단결 팀워크를 깰 수 있는 앙금이나 여진이 없도록 섬세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친문 제3후보 옹립 따위 전망은 웃기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에서 "더 담대한 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선적이고 즉흥적인 대책에 골몰할 게 아니라도 본다"며 "당내 이미 훌륭한 젊은 의원들이 즐비하다. 전면에 내세우기에 손색이 없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여야 모든 후보들이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는 분이 임기초에 여야 합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게 이상적"이며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 답은 연정밖에 없다"고 했다.
양 전 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도 친분이 있고, 윤 전 총장에게 2016년 총선 출마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상황과 관련해선 길게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민주당원"이라며 "(윤 전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통합의 정치를 펼쳐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