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과 관련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참석해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등으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매우 송구하다"면서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 장관은 "국방부에서 사건을 이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회유·은폐 정황과 2차 가해를 포함 전 분야에 걸쳐 철저하게 낱낱이 수사해 엄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거듭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민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춰 정의와 인권 위에 '신 병영문화'를 재구축하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순 사망 사건'으로 최초 인지... 정식 보고에도 '성추행' 빠져"
이날 서 장관은 성추행 피해를 입고 극단적 선택을 한 A중사가 숨진 지난 5월 22일 SNS 상황공유방을 통해 '단순 사망 사건'으로 최초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A중사가 남편이 근무하던 제20전투비행단 관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된 일이다.
이틀 뒤인 5월 24일 서 장관은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정식 서면보고를 받았지만 역시 성추행 피해 사실은 빠진 '단순 사망 사건' 보고였다. 당시 보고 내용에는 사망자 발견 경위 및 현장 감식 결과, 부검·장례 절차 등 기본적인 개요만 포함돼 있었다.
앞서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이 A중사의 성추행 피해를 처음 보고 받은 건 지난 4월 14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 장관이 A중사의 사망 배경에 성추행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A중사가 사망하고 사흘이나 지난 5월 25일이었다. 때문에 공군 측이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 시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 장관은 "사망 사건이 성추행 사건과 연계됐다는 건 지난달 25일 공군참모총장으로부터 유선 보고를 받아 알게 됐다"면서 "이후 공군의 2차 가해를 포함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성추행 사건 발생하고 즉시 보고를 받지 못한 이유와 관련해 "군 지휘체계 상 성범죄 사건은 군사경찰이나 군 검찰이 (수사) 권한을 갖고 있다"며 "장관이나 참모총장들이 보고를 받는 건 주요사건 위주여서 성추행 관련 사건은 보고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해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20전투비행단장이 성추행 사건을 최초로 보고 받은 시점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3월 4일로 확인됐다. 서 장관은 "20비행단장은 3월 4일, 군사경찰 대대장으로부터 성추행 사건을 최초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선변호인이 사건 무마 시도"
이날 회의에서는 피해자 A중사의 국선변호사가 가해자와 합의를 권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일종 국민의힘(충남 서산시태안군) 의원은 "(A중사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된) 공군 법무관이 피해자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1000만 원인지, 2000만 원인지 금액은 정확하지 않지만 이 금액으로 합의를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는데 장관은 보고를 받았느냐"고 말했다. 서 장관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성 의원은 재차 "가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변호사를 샀다는데 이것은 보고를 받으셨나"고 물었고 서 장관은 "그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성 의원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법무관이 가해자와 통화하고 피해자의 가족에게 금액까지 제시하면서 무마하려고 하는데 이게 국가권력이 할 수 있는 일이냐"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