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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차분하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의 시간> 출간 직후 '당 차원에서 조국 사태를 사과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격론이 벌어졌을 때와 사뭇 다르다.

송영길 대표는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부동산 투기 의혹 연루 의원 12명 전원에게 '나가라'고 한 것을 두고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거듭 말했다. 다른 지도부 역시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윤호중 원내대표)", "제살 깎아내는 마음(전혜숙 최고위원)"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해당 의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8일 직접 기자회견까지 하며 반발했던 우상호·김한정·오영훈·김회재 의원의 태도는 변함없다. 탈당을 수용한 서영석 의원은 당의 권고를 "독배"에 비유했고, 임종성·문진석·김수흥·윤갑재·김주영 의원 모두 "투기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당을 떠났다. 비례대표 유지를 위해 출당된 윤미향·양이원영 의원도 각각 해명자료를 내며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민주당 안에서 튀는 발언이나 강한 비판은 눈에 띄질 않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 등 대권주자들도 하나 같이 '안타깝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강수 → 질서 있는 수습... "국민께 변화 보여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거래 등 비위 의혹이 드러난 의원 12명 전원에 대해 자진탈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혹 대상에 오른 우상호 의원(오른쪽)과 김한정 의원이 각각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거래 등 비위 의혹이 드러난 의원 12명 전원에 대해 자진탈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혹 대상에 오른 우상호 의원(오른쪽)과 김한정 의원이 각각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A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2명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분들 때문에 당이 어려워진 것도 아닌데다, 권익위에서 소명을 받지 않고 발표한 것은 안타깝다"면서도 "지도부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는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는 '억울한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결단했구나'라고 보이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B의원 역시 "본인들은 당혹스러울 것"이지만 "지도부의 결정은 그만큼 우리 당의 상황이 좋지 않고, 당을 반드시 혁신해야겠다는 절박감에서 나왔다"고 봤다. 그는 "무엇을 잘못했냐는 분석은 많이 했고, 이제 어떻게 변화할지를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며 "'변하겠다고 했는데 변한 게 맞는가, 내로남불이 아니라 나부터 고치겠다고 했는데 그게 맞는가'를 평가받고 심판받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동시에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LH사태, 박원순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과 2차 가해 논란, 4.7 재보선 참패, 인사청문회 논란을 지나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부는 '이준석 바람'까지. 지난 3개월만 되돌아봐도 민주당은 번번이 터진 일을 수습하고, 뚫린 구멍을 막기에 급급한 모양새였다. 174석이란 의석을 갖고도 내로남불과 오만, 독선 프레임에 갇힌 채 오도 가도 못하는 모습을 되풀이했다. 

그러던 민주당이 9일 모처럼 국민의힘을 '제대로' 찔렀다. 읍소를 마친 송영길 대표는 "국민의힘은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출신이란 이유로 감사원에 조사를 맡기겠다고 했다"며 "입법부 공무원은 감사원 감찰대상이 되지 않는데도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뒤이어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 등 최고위원 전원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일사불란함 속 남아있는 불안감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C의원은 "민주당이 오랜만에 정국을 주도한다"며 "이번 일이 없었으면 사실 오늘도 언론에서 국민의힘 당원투표만 계속 다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은 이런 문제(부동산 의혹) 제기 자체를 특혜로 생각하는데, (당이) 온정주의적으로 여길 순 없다"며 "억울해도, 수사받고 혐의 없다고 밝혀지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 지금은 꿋꿋하게 참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그 걸음의 끝, '정권 재창출'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뛰어야 할 날은 아직 273일이나 남았다. 

D의원은 "(이번 결정이) 국민들 보기에는 '민주당이 변하려고 하는구나'란 메시지로 읽힐 것"이라며 "이게 다 축적돼,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하고 정당 지지율이나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는 등 대선 승리를 위한 분위기를 잡아가면 온당하게 평가받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부갈등만 커지고,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며 "아직은 지켜볼 때"라고 덧붙였다. 

'의원 12명 탈당 권고 또는 출당'이라는 초유의 결정은 9개월 뒤 '정권 재창출'이라는 영광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정권 교체'라는 좌절을 낳을까. 2022년 3월 9일 대선을 위한 송영길 대표와 민주당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관련 기사]
"감사원? 차라리 윤석열에게 조사받겠다 하라" 민주당의 역공 http://omn.kr/1tszi
결국 감사원으로 달려간 국민의힘... 다른 정당들 '싸늘' http://omn.kr/1tsw7
'전원 탈당 권유'에 이재명 "읍참마속 송영길에 경의" http://omn.kr/1tt7h

#민주당#송영길#부동산 투기 의혹#전수조사#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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