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택배노동자가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죽음의 행렬을 멈추어야 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성남 운중대리점 소속 택배 노동자 임아무개(47)씨가 13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가운데, '분류비용의 택배사 부담' 등을 요구하며 파업하고 있는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이같이 외쳤다.
택배노조는 지난 9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으며, 점점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동자 120명이 14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1층에서 점검농성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택배노조 각 지부에서 15일부터 상경투쟁에 들어간다. 택배노조 경남지부(지부장 황성욱)는 14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사회적 합의를 쟁취하고 과로사를 기필코 막겠다"며 상경 투쟁을 선포했다.
경남에서는 15일 250~300여명이 버스로 상경한다. 택배노조는 우체국, CJ대한통운, 롯데, 로젠, 한진 소속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택배노조는 각 대리점별로 쟁의행위를 진행해 왔다.
황성욱 지부장은 "분류작업을 택배기사들이 해오면서 이른바 '공짜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2018년 노동조합을 결성해 가입했다"며 "노조 결성 이후에도 16명의 택배기사들이 쓰러졌다"고 했다.
그는 "앞서 1차 사회적 합의를 했지만, 노조가 없는 대리점에는 여전히 수개월째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고, 택배사는 운영비 삭감과 수수료 인상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지부장은 "지난 8일 2차 사회적 합의를 논의했지만, 택배사와 정부는 1년간 유예 입장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쓰러지는 택배기사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지금 당장 분류인력 투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배노조는 "수십 년간 택배사들은 단 한 푼의 임금도 지급하지 않고 매일 4~5시간의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해왔다"며 "수십 년간 택배사들은 저단가 경쟁에 매달렸고 매년 하락하는 택배 단가로 인해 택배노동자들은 매년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택배사들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택배노동자들을 주 72시간 노동이라는 살인적인 노동으로 내몰았다"며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는 이렇듯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의 택배사에 대한 분노는 너무나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서도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며 "택배노동자들은 불가피하게 서울 상경을 결정했다. 최종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반드시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서울로 상경한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택배노동자들은 국민과 함께 택배현장에서 택배자본의 천박한 행태를 지워버리고 노동자의 생명을 살리겠다"고 했다.
한편 진보당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쇼핑시장의 확대로 택배사는 최대호황을 누리며, 돈잔치를 하고도 사회적합의 이행을 최대한 늦추어 비용을 아낄 궁리에만 몰두해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와 택배사는 돈이 노동자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택배노동자의 살기 위한 절박한 총파업투쟁에 국민적 지지와 연대를 호소 드리며, 택배노동자와 끝까지 연대하여, 온전한 사회적합의 이행의 그날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