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텃밭에 심은 고추 등 채소를 돌본다는 핑계다. 덕분에 나무, 냇물, 바위 등 사물 하나하나를 대할 때마다 과거가 소환된다. 어릴 적 추억에 젖어드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다.
작아져 버린 바위
여름이면 냇가에서 멱을 감고 숲에서 더위를 식혔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심어놓은 나무들이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다. 마을 앞에 흐르는 강을 앞 냇물, 뒤쪽에 흐르는 가을 뒷 냇물이라 불렀다. 당시만 해도 모래가 가득 쌓여 있어 놀이터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뒷 냇물이 마을에서 가깝고, 그늘이 있어 자주 찾았다. 아이들은 누가 누가 잘하나 내기를 하듯이 물속을 뛰어다녔다. 물속에서 놀다가 햇볕을 쬐면 온몸이 까매졌다. 가장 인기 있는 놀이는 바위에서 뛰어내리기와 나무 타기다.
바위에 올라가 높이 솟구쳐 올랐다가 뛰어내려 물속을 끼는 시합이다. 오랫동안 물속에서 잠수하는 친구가 1등이다.
그토록 크기만 했던 바위다. 걸리버 여행기의 난쟁이 나라에 온 것은 아닐 테고, 왜 바위가 이리 작아졌지. 냇물은 왜 이리 말라버렸고.
잡초만 무성한 텃밭
6월 13일, 봄에 심어 놓은 고추가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친구와 같이 가꾸고 있는 체험 현장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주 1회 정도 찾다 보니 풀매기, 물 주기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데...
손바닥만 한 텃밭에는 민들레, 쇠비름, 방가지똥, 강아지풀, 개망초, 돼지풀, 엉겅퀴 등... 잡초만 무성하다. 사람에게 필요하면 약초, 필요 없으면 잡초라 했던가. 쇠비름은 아무리 뽑아서 버려도 끈질기다. 흙만 있으면 뿌리를 박는다.
오늘 할 일은 풀매기와 고추·가지에 지주 세우기다. 비 온 뒤라 풀은 어렵지 않게 뽑힌다. 어린 풀은 손으로 뽑을 수 있지만, 줄기가 굵어지고 뿌리가 커지면 호미로 뽑기도 어렵다. 물기를 머금은 땅은 보슬보슬하다가도 마르면 단단한 진흙처럼 굳어 풀매기가 쉽지 않다.
넓지 않은 땅이라 풀매기를 끝내고 지주 세우기를 시작했다. 전에는 인근 산에서 베어온 신우대를 사용했지만 알루미늄 지주를 사용하기로 했다. 가격도 싸고 다음에 사용할 수 있다.
어린 모종이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빠르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첫 열매는 따줘야 건실하게 자란다. 열매를 따주었다. 지주를 세우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삼복더위에 밭을 매던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상추와 쑥갓을 수확했다. 쑥갓은 신선한 향기가 배어 있어 쌈밥에 빠져서는 안 되는 감초 같은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 친구들은 올 때마다 한 보따리 수확해 간다고 만족해한다.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수확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