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남 함안 칠서공단 내 한 회사의 서약서.
경남 함안 칠서공단 내 한 회사의 서약서. ⓒ 윤성효
  
 경남 함안 칠서공단 내 한 회사의 비밀유지서냑서.
경남 함안 칠서공단 내 한 회사의 비밀유지서냑서. ⓒ 윤성효
 
회사가 직원들에게 '무조건 순응', '의도적으로 타인의 급여를 알려고 하지 않겠음'에다 '퇴직 후 최소 5년간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겠다' 등 내용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해 '노예 계약'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최근 경남 함안군 칠서공단 소재 한 회사의 '서약서'와 '비밀유지 서약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금속노조는 이 회사와 관련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질의했다.

이 회사는 직원 채용 때 서약서를 받아왔고, 서약서는 모두 9개항으로 되어 있다. 서약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약서>
본인이 금번 귀사에 채용되어 근무함에 있어서 하기 사항을 무위분수할 것을 서약합니다.
1. 귀사에 제 규정·규칙과 명령 시달 등을 준수함은 물론 상사의 업무상 명령, 지시에 순응하겠음.
2. 전력을 사무에 경주하여 소관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고의, 누락, 태만 등으로 명령지시의 위배 및 귀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 등이 없도록 하겠음.
3. 전근, 전입, 출장, 기타에 관한 귀사 명령에 대하여는 절대 불평함이 없이 순종하겠음.
4. 귀사의 기밀사항 또는 고객(거래처)의 기밀사항은 그 대소를 막론하고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음.
5. 귀사의 금품을 사용하거나 사무를 축적하여 사리를 도모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음.
6. 품행을 단정히 하여 직원 상호간 인력을 존중하고 예의와 우애를 지켜 자기 인격의 향상을 기함은 물론 귀사 직원으로서 명예를 손상케 함이 없도록 하겠음.
7. 수습 기간 중 본인의 실무 수습상황과 소질을 감안하여 회사에서 사퇴를 권고할 경우에는 무조건 즉시 사퇴하겠음.
8. 귀사의 취업 규칙 사항 등을 위반 시에는 귀사가 결정한 어떠한 조치에도 무조건 순응하겠음.
9. 본인 및 타인의 연봉 또는 시급을 누설하거나 의도적으로 타인의 급여를 알려고 하지 않겠음.

이상과 같이 서약하오며 만일 서약사항을 위반하여 귀사의 집무상 장애를 야기케 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처벌은 물론 해당 손해액을 지체없이 배상하겠음을 그 증으로 본서를 제출합니다.
 

이 업체는 모두 5개항으로 구성된 '비밀유지서약서'도 작성토록 했다. 여기에는 "퇴직 후 최소 5년간은 당사의 경쟁업체나 경쟁을 하려고 하는 업체에 취업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겠습니다"라는 조항도 포함됐다. 

금속노조는 서약서에 대해 "올해 3월까지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문제제기를 하기 전까지 작성하게 하였다"며 "사실상 강제 서약을 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는 "근로기준법 7조(강제근로금지)에 보면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며 "서약서는 이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고용노동부에 "해당 회사에서 서약서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조치를 취한 적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면 서약서가 현행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현행법을 위반했다면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질의했다.

또 금속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간의 인권을 제한하는 서약서가 아닌지"라며 질의를 했다.

최경아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는 "'노예서약서'이고 '취업제한'은 민법(제103조)에 따라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효력이 없다고 볼 여지도 다분한 서약서에 해당한다"며 "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나 근로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일방적인 노예서약서를 제시한다는 건 '내 말 듣기 싫으면 나가라'는 소리인데, 정작 그게 싫어 나가더라도 취업제한을 통해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자가당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결국 이직할 수 없게 만들어 불공정한 서약서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얼마 전에 노조에서 문제제기를 해서 이후부터 그 서약서를 폐기를 했다"며 "이미 작성한 직원들의 서약서는 오는 21일경 폐기하려고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고용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