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국지엠(GM) 비정규직들이 원청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 '고용간주(일부 고용의무)'를 인정, 정규직이었으면 받았을 각종 수당을 포함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창원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하상제·구본웅·장시원 판사)는 한국지엠 창원·부평·군산공장 비정규직 186명이 낸 '임금 소송'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창원공장 비정규직 5명(1차)이 2013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내 2016년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이후 비정규직 68명(2차)과 118명(3차)이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한국지엠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것이다.
2·3차 임금소송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 4월 8일 변론종결했고, 6월 17일 선고했으며, 22일 판결문이 나왔다. 2건의 임금소송은 인원이 다수이고 청구금액이 커서 원고(비정규직)와 피고(한국지엠) 간 임금계산 내역을 확인하는 기간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앞서 한국지엠 대표이사와 창원공장 사내협력업체 대표들은 2007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위반(형사)으로 기소됐고, 2013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번 임금소송을 낸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이었으면 받았을 임금(수당 등)을 받지 못했기에 달라고 했던 것이다. 임금 소송을 낸 비정규직들은 한국지엠 본사(부평)가 있는 인천지법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민사, 아래 '선행소송')'을 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대법원 계류중이다.
선행소송에서 인천지법은 "사내협력업체에 입사해 공장에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한 사실이 인정되고, 직접 지휘·명령을 받은 것으로서 파견법이 정한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며 "한국지엠의 근로자로 고용간주됐고, 근로자 지위 확인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임금 소송에서 재판부는 선행소송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고용간주'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행소송에서 1심 법원이 원고는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무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 소송에서 유력한 증거가 된다"며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고용간주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차액 지급 의무'에 대해, 재판부는 "근로자(비정규직)는 사용사업주(한국지엠)와 사이에 성립된 근로계약에 따라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그가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비정규직은) 사용사업주의 근로자였다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액과 사내협력업체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액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다"며 "이러한 손해는 사용사업주의 의무 위반에 기인한 것이므로, 사용사업주는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들에게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번 소송에서 소멸시효(임금 3년) 기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한국지엠은 임금소송을 제기한 날로부터, 비정규직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선행소송)을 제기한 날로부터 3년을 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이 선행소송을 통해 구하는 청구는 파견근로관계라는 기본적 법률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임금채권 또는 그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고들이 선행소송의 소제기 시점부터 역산해 3년이 되는 날 이후 그 지급기일이 도래한 원고들의 임금, 퇴직금채권 또는 그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소멸시효는 이 사건 선행소송의 소제기에 의해 중단됐다고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있고, 결국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각종 수당도 쟁점이었다. '교대제수당'에 대해, 재판부는 "(비정규직의) 근로시간과 휴식시간 등의 결정방식이 (정규직과) 동일하였고,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청구기간 동안 실제로 행한 교대근무를 기준으로 교대제수당을 계산함이 타당하다"고 해 비정규직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장·휴일근로 등 특근수당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에서 근무한 특근시간을 기초로 피고에게 특근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비정규직을 대리했던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는 "특근수당 중 입증자료가 없는 부분 등 일부 금액을 제외하고 노동자들의 청구가 대부분 인용됐다"며 "하청업체에서 연장근로를 한 시간을 정규직 임금 계산에 반영할 수 있는지, 하청업체 퇴직금을 어느 범위까지 임금계산에서 공제할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됐는데 법원은 노동자들의 주장을 모두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