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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잔해물 아래에 깔려 차체가 납작하게 눌린 시내버스를 수사 당국이 견인하고 있다. 전날 오후 4시 22분께 발생한 사고로 인해 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10일 오전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잔해물 아래에 깔려 차체가 납작하게 눌린 시내버스를 수사 당국이 견인하고 있다. 전날 오후 4시 22분께 발생한 사고로 인해 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 연합뉴스

"2년 만에 똑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황기연/잠원동 붕괴 사고 피해자 가족)

지난 2019년 7월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지상 5층 건물을 철거하다가 잔여물이 무너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예비 신부였던 이아무개씨(당시 29세)가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중 참사를 당했다. 2년 뒤인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돼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바뀐 것은 없었고, 비극은 반복됐다. 부실한 공사 관리가 원인이었지만, 관할 관청과 원청업체(건축주)에게는 책임을 묻지 못했다. 사고의 책임은 하청업체로 떠넘겼다. 서초구 잠원동 사고 발생 2년 넘도록 건축주와 담당 공무원은 처벌 받지 않고 있고, 광주 사고 역시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의 공식 입장은 "잘 몰랐다"였다. 고통은 오롯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남겨졌다.

법과 매뉴얼, 공사 현장에서 무시된 것들

무엇보다 공사 현장에서 법과 매뉴얼은 무시됐다. 이번 광주 붕괴사고에서 역시 수십 건의 불법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광주고용노동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사고조사 및 특별감독 중간 결과에 따르면 해당 현장에선 총 49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됐다. 고용노동청은 "건물 철거 작업 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2년 전 잠원동 철거현장에서도 안전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크레인 대여 비용을 아끼기 위해 건물을 지탱할 안전 프레임을 설치하지 않는 등 위험한 철거 작업을 이어가다가 사고가 났다. 철거 계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단장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도 볼 때도 위험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며 "안전을 관리하는 감리업체도 사실상 제대로 된 감독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8일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았다.. 회의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과 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HDC)의 권순호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권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사고피해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8일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았다.. 회의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과 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HDC)의 권순호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권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사고피해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몰랐습니다."

광주 사고의 주요 책임자인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지난주 국회에서 반복했던 말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재개발 사업지의 시공사다. 권 사장은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광주 건물붕괴 현안보고에 출석해, "철거 업체가 재하도급을 준 것을 몰랐느냐"는 심상정 의원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심 의원이 "몰랐다면 면죄부가 되나"라고 다그치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종적으로 경찰과 건축물안전사고조사위 조사를 진행 한 후, 그 결과에 따라서 책임을 져야 될 부분은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광주고용노동청도 21일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한솔기업(하청) 현장소장, 백솔건설(불법 재하청) 대표이사 등 3명을 입건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소지가 높다. 잠원동 사고의 경우, 철거업체 소장과 감리사, 굴착기 기사는 각각 징역형과 금고형을 선고받았지만, 관할관청 담당자와 건축주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사고로 사망한 이아무개씨의 유족이 2019년 7월 서초구청 과장과 건축주를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라고만 밝혔다.

손익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사건을 2년 넘도록 끌고 있다는 건 사실상 수사 의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꼬집었다.

지지부진한 수사,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족

피해자와 유족들은 끔직한 사고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축주 등에 대한 형사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피해 보상을 위한 민사 소송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법적인 매듭마저 지어지지 않으니 피해자와 유족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잠원동 붕괴사고 당시 결혼을 앞둔 딸을 잃은 이원민씨는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관계자에 대한) 판결이 마무리돼야 다 끝났다, 잊자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결론이 나지 않으니까 머릿 속에 남아있고, 가족들은 더더욱 힘들어 하는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광주 사고와 관련해 "잊고 지냈다보다 하다가 또다시 사고가 나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가 이 사건으로 (피해자와 유족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붕괴 사고로 하루 아침에 신부를 잃은 예비신랑의 아버지인 황기연씨도 "광주 붕괴 참사를 놓고 '악셀'을 밟아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아들이 너무 괴로워했다"며 "당시 신호 위반을 하고 그냥 지나갔어야 했다고 자책하는 걸 보니 무척 괴롭다"고 말했다.

황씨는 "사고가 난 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무엇이 바뀌었나"라며 "이제 곧 사고 2주기가 돌아온다, 어떻게 잊히겠나"라고 한숨 쉬었다.

#현대산업개발#잠원동#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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