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이 되는 25일 한반도에서 전쟁은 종식되지 않은 채 세계 역사상 최장의 정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강산이 계속 바뀌고 있지만 전쟁 발발 책임 등은 가려지지 않았고 남북한 양측은 서로 상대방을 향해 '네가 먼저 했지?'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조치도 전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한반도의 현 상황은 북미, 남북간의 대화가 중단된 채 군사적 대치를 통한 강제된 평화가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북한과 한미의 경제적 및 군 예산 격차는 북한에 비해 미국이 약 250여 배, 남한이 30여배 많다.
북한이 핵탄두를 50개 전후로 보유하고 있지 않나 하는 추정이 제기되지만, 미국은 5천 여 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남한은 군사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게 엄청난 군사적 특권을 제공하면서 사실상 미국의 한반도, 동북아 전략에 편입된 상태다. 남북한이 1970년대부터 2018년까지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을 추진하자는 많은 합의와 선언을 남북 정상간에 합의했지만 미국의 대북 정책에 밀려 전면 중단된 상태다.
미군의 강력한 군사적 주도권
오늘날 한반도 남쪽에서 미국이 군사적 주도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냉전시대의 그것을 닮아가고 그에 따라 두 슈퍼파워의 군사, 경제 등 전 방위에 걸친 대립각이 나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미국의 최근 동북아 전략은 대만을 고리로 하고 쿼드(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북미관계는 후순위로 밀려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려 시도하면서 한미일 군사관계도 이를 위해 동원하려 적극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과 중국의 대응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은 긴밀한 우호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미중 간의 긴장 상태가 계속 고조되고 현재의 관련국 대응 구조가 변치 않을 경우 남북관계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엔의 북한에 대한 경제, 군사적 압박과 봉쇄는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는 식이어서, 북한은 식량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유엔 등이 발표하지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6.25 한국전쟁 상황과 오늘날 큰 차이
71년 전 6.25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동북아 상황과 오늘날은 큰 차이가 있다. 1950-1953년까지 미국은 핵을 중국이나 북한에 사용할지를 놓고 계속 저울질 하다가 3차 대전의 발발 등을 우려해 검토를 중단했다. 소련은 1949년 핵실험에 성공했고 중국은 1964년 소련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첫 원폭 실험을 강행했다.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면서 북한을 위협했다. 그 결과 북한이 핵개발, 미사일 실험에 성공해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은 한미상화방위조약 등에 의해 군사적 주권을 미국에 넘겨준 상태로 지내다가 경제력이 세계 10위권, 군사력 6위권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미국에 군사적으로 예속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은 2018년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교류협력과 평화통일을 위한 고속도로를 놓는 식의 파격적 합의를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쿼드를 추진하면서 이를 전면 중단시켰다.
북한은 이후 남한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과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고 현재의 한미동맹관계가 지속되는 한 남북간 교류협력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과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남한은 막대한 외제 무기 수입과 함께 자체 개발 미사일 사정거리 확대 등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고 있고 남측 일각에서는 자체 핵무기 개발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핵 최대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핵무기감축 노력을 30년이 넘게 지속하고 있지만 핵무기에 버금가는 재래식 첨단무기 개발 등에 혈안이 되어 있다. 중국은 핵무기 감축에 대해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가 중국 수준으로 줄어들면 그 때부터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이 전자장비와 기기들을 마비시킬 수 있는 전자기펄스폭탄(EMP)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년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가 이 신형 폭탄을 개발 중이니 미국도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미국의 심리전 차원에서 북한을 겨냥한 새로운 카드로 읽혀지기도 한다. 미국의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해 지구촌의 적으로 만들었고 이를 계속 굳혀 나가기 위한 전술을 개발 중이다.
세계사를 살필 때, 평화는 전쟁을 막기 위해 필요하고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 평화는 거저 오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동북아 관련국들을 살필 때, 한국은 평화를 가져올 상황을 조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가장 큰 국가의 하나다. 단적으로 말해 미국에 종속된 군사적 주권을 되찾아 그것을 평화 달성의 수단으로 썼을 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한미동맹관계는,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군사전략을 살필 때 미국이 슈퍼 갑의 위치여서 한국은 자주권을 거의 행사할 수 없다. 미국은 겹겹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세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장치 6개를 확보하고 있어 한국이 이를 저지 또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이유... 불평등한 한미군사관계
21세기에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한 한미군사관계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군사력을 한반도에 배치할 권리(right)를 보장받으면서 SOFA, 주한미군 주둔 비에서 초법적인 특혜를 누리고 있다. ▲미국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한국군에 대한 이의 전환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 대통령 결정 지침 25호(PDD – 25)에 따라 해외 작전 참여 시 평화보다 국익을 우선하고 국익 최우선 아니면 언제든 군사동맹 이탈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작권 전환이 당연하다.
▲유엔사령부는 그 상위기관이 유엔 아닌 미국 정부이고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관장하면서 한반도 무력사태 발생 시 1950년과 유사한 다국적군 한반도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유엔사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핵심 축이 되고 있고 최근에는 남북교류협력에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미국 대통령은 대북 선제 타격 전략을 미국 헌법 2조와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에 의해 자국민 보호 목적으로 발동할 수 있으며 이 때 한국과의 사전 협의 책무가 없다. ▲미국은 5027, 5029 등 대북 군사전략을 지난 수십 년간 계속 개발, 강화하고 있으며 이들 전략에는 핵무기 사용도 포함되어 있다.
한미군사훈련은 이들 미국의 대북 군사전략을 확인,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을 세계 여러 곳의 미군과 순환배치하면서 새로운 무기 등을 한반도에 배치고 있다. 미국은 우주군사령부도 신설해 한국 미군기지에 그 요원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상과 같은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치밀하고 강력한 수단을 배치해 놓은 꼴이고 한국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미국에 협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군사동맹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 남북교류협력이 이뤄진다 해도 하루아침에 그것이 중단되거나 파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한이 6.25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토록 하고 북한과 평화통일을 위한 항구적인 교류협력의 기반을 구축하려면 한미동맹관계를 유엔회원국간의 평등하고 평화와 정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 정부에 필요한 태도 변화
최근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병사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국방부가 현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자반입을 계속하면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일상화되고 있다.
미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공권력이 미국의 이익 봉사를 위해 세금을 내는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실상을 대통령, 장관 등 어느 누구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가 미국에 봉사하면서 자국민을 홀대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 대만과의 관계를 증진하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긴장상태가 높아지자 미 조야에서는 미중 충돌이 대만 부근에서 발생할 경우 한국 지원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식의 주권을 침범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는 속 시원한 설명이나 대처가 없는데, 이는 주권자인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공복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년 3월 대선이 되기 전에 군사적 주권의 확립과 자주적인 남북관계 추진 등의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행해져야 할 것이다. 6.25 발발 71주년을 맞아 향후 남북간에 전쟁종식과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야 할지 모색하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