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지사는 동영상으로 밝힌 출마선언문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해서, 부족한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고,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보편적 기본소득 추진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도 공론화를 위한 대통령 소속 기본소득제도 공론화위원회 설치와 구성 등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르면 올 10월부터 경기도 내 일부 시군 농민을 대상으로 1인당 매월 5만 원씩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한다.
하지만 당내 대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은 이 정책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어, 여당 경선에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청년기본소득 이어 10월부터 농민기본소득
카드결제기 위로 날아온 슈퍼맨이 대형 경기지역화폐 카드로 결제를 한다. 주변에 모여든 소상공인들이 슈퍼맨을 향해 환호한다. 하단에는 '모두가 잘 사는 경제정책,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전면과 후면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양쪽에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경기도가 지난달 25일 도청사 정문 앞에 설치한 입간판이다.
경기도는 지역화폐로 가계 소득과 소상공인 매출을 동시에 증대시키는 복지적 경제정책의 의미를 도민과 공유하고자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을 주제로 창작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은 재산, 노동의 여부 등과 상관없이 모든 사회구성원 개인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이다. 기본소득의 기본 원칙은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지만, 이재명 지사는 현금 대신 사용 기간과 사용처가 한정된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의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을 창안했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농민기본소득 역시 시군 지역화폐로 월 5만 원 또는 분기별 15만 원을 지급하고, 지급일로부터 3개월 내 사용하도록 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중앙정부의 직불금이나 다른 지자체의 농민수당과 달리 농가 단위가 아닌 개별 농민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해 기본소득의 원칙인 개별성을 담보했다.
경기도는 6월까지 조례 제정 등 사업 시행에 대한 준비를 완료하고 도에 사업을 신청한 시군부터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에 제안서를 제출한 시군은 여주, 포천, 연천, 양평, 이천, 안성 등 6곳이었다. 지급 대상은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시군에 최근 연속 3년 또는 비연속 10년간 주소를 두고 거주하면서, 해당 시군(연접 시군 포함)에 농지(사업장)를 두고 1년 이상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이다.
안동광 경기도 농정해양국장은 "농민기본소득은 농민의 기본권 보장 및 소득 불평등 완화, 농업·농민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위한 것으로, 전 사회구성원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본소득공론화법' 추진...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확대로 전국화 속도
청년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재난기본소득 등 경기도에서 부분적으로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의 전국적 확대를 위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입법을 추진해왔다. 이 지사로부터 입법 건의를 받은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본소득 제도의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위한 '기본소득제도 공론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기본소득제도 논의가 정치인, 언론과 전문가의 목소리만 담긴 채 진행되고, 정작 시민의 뜻은 반영되지 않고 있어 문제"라며 "기본소득이 우리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충분한 논의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공론화법' 발의에는 민 의원을 비롯해 김남국·김병욱·김승원·김영진·김윤덕 의원 등 32명이 참여했다. 법안에는 대통령 소속으로 기본소득제도 공론화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공론화 실시계획 수립 및 공론화 실시 기간·방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회에 걸쳐 기본소득 도입과 재원 마련 방안을 의제로 기본소득 공론화 숙의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도민참여단을 구성하고 전문가 설명과 분임토론,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2020 공론화 조사'에 참가한 경기도민 79%가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의견을 보였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경기도만의 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라면서 "이미 기본소득제도 도입과 관련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게 어려우니, 그 벽을 넘기 위해서 공론화가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뜻을 함께하는 지방정부 간 공동대응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에서는 75개 회원 지방정부 중 53개 지방정부가 참여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를 이끌어갈 초대 협의회장으로 이선호 울산광역시 울주군수를 선출했다. 현재 전북 정읍시와 서울 은평구가 추가로 참여해 77개의 지방정부가 협의회에 함께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에 행정협의회 구성 보고도 완료했다.
이 지사는 지난 5월 18일 광주광역시 5개 구 구청장들을 만나 광주·전남지역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기본소득 정책의 전국화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내 경선 이슈 불가피... "설익은 실험" vs "국민적 합의"
기본소득 정책은 당장 1일부터 시작된 민주당 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이처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경쟁자들의 반대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이 나라가 설익은 기본소득론의 정치적 실험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을 정면 비판했다. 이 지사가 5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이 아닌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표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 정 전 총리는 "왜 재난지원금을 피해도 입지 않은 상위 1프로에게까지 똑같이 줘야 하냐"라며 "무조건 전 국민에게 똑같이 주자는 기본소득론의 합리화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기본소득)을 하는 곳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며 기본소득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경제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지상 명제는 아니다. 제가 확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가 이것만 하는 것처럼 오해를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 "국민적 합의로 해야 한다고 본다. 논쟁도 하고 공통과제도 만들어보고 지역 특성에 맞는 시도도 해보고 그러면서 국민이 확신하면 더 확대하고 규모도 키워나가는 과정들을 세밀하게 집행해서 설계해 나가야 할 것"(5월 18일 광주광역시 5개 구청장들과 만남 자리)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