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바우처법에 대한 기대가 크다. 건강한 지역언론을 육성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
"미디어바우처는 소중한 아이디어가 맞다. 하지만 정부 광고와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 별도로 자기 기능에 맞게 재원을 따로 설계해야 한다." - 이준형 언론노조 신문정책위원
"현재 미디어바우처법안에는 여러 문제가 혼재돼 있다. ABC 협회 문제에 지역신문 지원 등등. 미디어바우처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의 회복으로 가야 한다." -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
김승원(더불어민주당, 수원갑)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미디어바우처법을 놓고 언론인들의 격론이 펼쳐졌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독과점 언론시장 개선과 분권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바우처법의 제정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바우처법은 국민이 언론사에 미디어바우처(쿠폰)를 제공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은 언론사가 얻은 바우처에 따라 정부광고를 집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자의 신뢰를 얻은 언론사에 더 많은 정부광고를 주겠다는 취지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성공만 하면 전 세계 나라들이 벤치마킹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시행방법과 재원 등의 문제가 녹록지 않다.
"정부광고 연계하면 정부 의존 심화"
이날 토론에서는 크게 정부 광고와 연계, 마이너스 바우처, 이행단계 필요성 등이 다루어졌다.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고양신문 대표)는 "기존 전국지와 일간지에 집중된 정부광고를 건강한 지역언론에 나눠줘야 한다"며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한 해에만 전국지 1개사가 70억~80억 정부광고 지원을 받는다. 이는 70개 지역지를 지원하는 액수와 맞먹는다"며 "이처럼 특정 중앙언론에 편중된 정부광고를 지역의 건강한 언론에게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발행주기 준수, 자체생산기사 50% 이상, 최저임금 4대 보험 적용 등의 기준을 만들면 사이비 지역언론을 걸러낼 수 있다"며 "현재 지자체들은 보도자료 잘 써주는 언론사에 광고를 몰아준다. 정부광고를 바우처와 연계해 지역의 건전한 풀뿌리 언론을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선호 언론재단 책임연구원은 미디어바우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광고와 연계하는 데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 책임연구원은 "바우처가 정부광고와도 연계되면 결과적으로는 언론사의 정부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우처와 광고를 어떤 식으로 가져갈 것인가 중요한데, 세부적으로 정부광고 단가와 연계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바우처를 많이 받으면 정부광고 단가를 올리는 식이다"라고 제안했다.
이준형 언론노조 신문정책위원도 "정부광고와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정부광고 집행 지표와 미디어바우처, 둘다 취지에 맞게 각자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승원 국회의원은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했다. 언론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한국 상황에서는 미디어바우처에 필요한 수천억원 대의 재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처음에는 18세 이상 1인당 2만원씩 8400억 원의 재원을 만드는 걸 생각했다. 하지만 기재부 협의 과정에서 기존 카르텔의 저항 등이 있었고 기재부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과정에서 정부광고를 바우처의 재원으로 삼는, 일종의 국민참여를 통한 언론영향력 평가제도가 나오게 됐다"며 "지원과 평가가 혼재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문체부 예산을 늘려서 건강한 언론을 육성하는, 진정한 미디어바우처 예산을 만드는 게 최종목표"라고 덧붙였다.
마이너스 바우처 '부정적'... 재원 마련도 과제
마이너스 바우처도 논란이다. 마이너스 바우처는 허위보도 등을 한 언론사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이용자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좌우편향이 심한 우리나라 언론지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회 참가자 대부분이 마이너스 바우처에는 부정적이었다.
이영아 회장은 "지역의 갈등 사안에는 지역이기주의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지역신문이 보도하고 비판하면 지역사람들이 마이너스 바우처를 줄 수 있다. 역효과가 크다"고 우려했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도 "마이너스 바우처는 해당 법안에서 가장 큰 문제"라며 "바우처를 환수해가면 정파적 갈등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미디어바우처 도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선호 연구원은 "미디어바우처는 독자적인 재원 마련이 필수다. 그 전까지는 단계적 이행기가 필요하다"며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에서 나오는 기금을 활용해서 2, 3년 시범사업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준형 정책위원도 "장기적으로는 정부광고 규모를 줄이고 미디어바우처로 전환되게 해야 한다. 포털 독립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숙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형배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 우선지원선정사협의회가 주관했다. 토론회 좌장은 오원집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 우선지원선정사협의회 회장이 맡고 발제자는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이, 토론자로는 김승원 국회의원, 김선호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 이준형 언론노조 신문정책위원, 황민호 옥천신문 이사가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