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코로나19 관련 이른바 '중대사건'을 계기로 군부에 대한 인사 조치를 단행했음을 뒷받침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27주기를 맞아 노동당 고위 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김정관 국방상이 찍혀있다. 사진 속에는 북한 권력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 5명 가운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 총리까지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김 위원장과 함께 맨 앞줄에 서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서 맨 앞줄에 섰어야 할 리 부위원은 3번째 줄에 정치국 후보위원들과 함께 서있다.
이를 근거로 통일부는 리 부위원장이 강등된 것으로 추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리병철이 상무위원 직위에서 소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주요 정치행사에서 리병철은 군복을 입고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인민복을 입었고 3열에 선 것으로 보아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군사 직위에도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계급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박정천 군 총참모장도 강등 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 속 박정천은 2열 우측 끝에 군복을 입고 위치했는데, 계급장을 분석한 결과 군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됐다는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7월 8일 (김일성 26주기)참배에서는 박정천은 정치국 위원이 많이 위치하는 2열 중앙부에 있었다. 이번에 서있는 위치, 차수 계급을 보면 후보위원 직위로 강등됐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과 박 총참모장은 지난 2020년 10월 군 원수로 임명된 인물들로 각각 북한군내 서열 1·2위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 당국자는 김정관 국방상에 대해서도 "군복상 계급 표시로 볼 때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방상 직위에도 변화가 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이 당국자는 "작년에 비해 올해는 참배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단순비교가 가능한지는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
리병철·박정천·김정관 등 북한군 수뇌부가 줄줄이 문책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전반적인 군부 개편 여부는 살펴보고 있다. 후속 동향 확인과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비상방역과 관련한 여러 요소가 고려됐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군부 인사는 아니지만 최상건 정치국 위원 겸 당 비서 겸 당 과학교육부 부장은 신변 이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 부장의 경우에는 지난6월 정치국 회의 중간 자리에 없는 장면이 포착됐으며, 이날 <로동신문>이 공개한 참배 사진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상건은 8차 당 대회 직후 정치국 위원으로 공개했던 사람으로, 통상 2열에서 식별됐어야 한다"면서 "신상 변동 가능성을 추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