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감수성을 가지라느니,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의혹을 덮으려 한다느니, 공부하라느니, 통일을 위해서 뭘 했냐느니. 이게 대한민국 정당 사이의 정상적인 상호반론입니까?"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며 연일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를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공부하라니... 국민이 세금 아깝다 할 것"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는 12일 "주말 내내 황당한 일들이 있었다. 작은 정부론에 따라 여가부와 통일부에 대한 폐지 필요성을 언급했더니 민주당의 정말 다양한 스피커들이 저렴한 언어와 인신공격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가 인도네시아 현지 여성을 위한 25억 원 규모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추진하는 등 특임부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을 만들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며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신을 소각하는데 통일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이 조직들은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에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야당과 입법부의 으뜸가는 역할은 정부 기능에 대한 감시와 견제다. 국민이 보고 있다. (민주당은) 최소한의 품격을 갖춰라"고 강조했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폐지론이) 상당수 국민이 공감하는 주제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토론이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주말 민주당 인사들의 행태는 정말 기대 이하였다. 공부하라느니 이런 것이 대한민국 국회 언저리에서 오가는 토론이라고 한다면 국민이 세금 아깝다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제1야당이 여가부에 이어 통일부도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어리석고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었다. 고민정 의원은 "국정운영에 대해 이 대표가 모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덮고 싶었던 것이라 본다"며 여가부 등 폐지론에 대해 윤 전 총장 가족 관련 논란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재차 비판한 민주당 "트럼프 닮아가는 야당대표 원하지 않아"
"'통일부 있다고 통일이 오냐'는 이준석 대표의 용감한 무지" 등으로 비판했던 강병원 의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의원회의에서 다시 한번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 대표가) 인터넷 등에서 관심을 끌고자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다. 철학의 빈곤에서 기인한 여가부·통일부 폐지로 코너에 몰리니 이를 모면하기 위해 한참 철 지난 작은 정부론을 들고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작은 정부론은) 1970~1980년대 영국 대처, 미국 레이건 집권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사실상 용도 폐기된 정책"이라며 "국가 영향력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약육강식 무대로 재편됐고, 막대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발생해 사회통합을 저해하며 국민 경제의 역동성까지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30대 당대표인 이 대표가 미래가 아닌 철 지난 과거의 정책을 앞세워 과도한 어그로(관심을 위한 억지)나 끌면서 우리 정치와 정책 수준을 과거로 퇴행시켜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 의원은 여가부와 통일부를 존치해야 하는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1995년 UN(국제연합)이 여성정책을 전담할 국가기구 창설을 권고했고,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137개국이 여성정책부서를 두고 있다. 이 대표 논리면 이 세상 젠더갈등의 원흉은 UN"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는 통일방법에 대해 흡수통일이 유일하다고 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왜 통일부 전신인 국토통일위를 창설하고,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는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발표했는지 공부해보는 것이 어떤가"라고 했다.
강 의원은 "보수정당 대표가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들의 정책과 철학까지 부정하니 국민이 불안하게 여기는 것 아닌가. 빈대가 있으니 초가삼간 태우자고 하는 경솔하고 가벼운 발언은 이 대표의 자질 자체를 의심하게 한다"며 "국민은 과거에서 시간여행한 야당 대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닮아가는 야당 대표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당 선거인단 들어간 야당 의원..."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재원 의원이 문자메시지를 받고 민주당 경선 국민선거인단에 가입한 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국민선거인단을 과도하게 늘리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너무 많은 스팸 문자를 살포했다. 저에게도 참여 문자를 많이 보낸 것으로 봐선 민주당이 의원과 친소관계에 있는 '일반국민'에게 가입을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런 홍보 방법을 사용하면 일반 국민보다는 민주당 의원과 친소관계에 있는 국민이 많이 포집돼 보편적 민심과는 괴리된 결과가 나올 것이 자명하다. 반농담으로 말씀드리면, 오히려 김재원 의원이 포함된 것이 민심에 가까운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은 이 발언을 듣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경선 국민선거인단에 가입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이재명 캠프 정진욱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역선택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사실상의 범죄행위나 다름없다"며 "국민의힘과 야권은 민주당 경선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상대 당 경선에 참여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역선택' 행위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것(선거인단 참여)이 무슨 불법 행위인지 민주당 관계자는 나에게 알려달라. 뭐가 불법인가. 무식하니 별 소리를 다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회의 이후 '김재원 의원 행동이 문제없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이 대표는 "국민선거인단 취지 자체가 지지자나 당원이 아닌 사람의 의견도 듣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 당의 경선 관리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며 "국민선거인단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선호를 밝혔다 해서 그게 역선택이라 단정 짓는 것은 우리 당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경선에도 여론조사가 50% 반영돼있는데, 역선택 방지와 관련한 대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제가 전당대회 때부터 누누이 강조해왔듯 열심히 공부하는 게 중요하지 선거제도나 입시제도에 너무 관심을 갖는 것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