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짓밟은 중국의 잔인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인터뷰 내용을 두고 국내 언론이 '반중 노선'으로 보도하자, '홍콩 경찰의 잔인함을 지적했을 뿐'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홍콩 시위와 광주 민주화 운동을 동일선상에?
그런데 필자는 다른 측면에서 이준석 대표 인터뷰 발언의 위험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대표는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홍콩 민주화시위에 참여했고, 그곳에서 홍콩 경찰의 잔인한 진압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그들(홍콩경찰)의 잔인성(cruelty)을 봤다"며 "이게 강한 단어라는 건 알지만,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의 잔인한 충돌과 시위 같은 장면을 묘사할 때 이런 단어를 써야 한다고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인터뷰를 인용한 국내 언론보도가 나온 뒤인 12일 이 대표는 싱하이밍 중국대사와 비공개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잔혹하다는 표현은 제1야당 대표로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우려에 대해 "누군가 만약 1980년 5월 광주를 목격하고 표현한다면 '잔인함(cruelty)'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제가 홍콩 현장에서 목도했던 건 홍콩경찰의 강경한 진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필자는 문제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본다. 현재 미얀마에서 자행되는 군인들의 무자비한 민간인 진압을 광주민주화운동과 비교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 진압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계엄군(공수부대) 진압의 잔인성을 같은 맥락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도 못하다. 이 대표의 지나친 주관적 판단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혹시 이 대표가 이제까지 광주민주화운동을 홍콩 시위와 동일한 선상에 놓고 다소 '가볍게' 생각해온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 대표는 광주에 내려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말하면서도 홍콩시위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인식하고 있을까
만약 이준석 대표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광주학살 관련 영상을 봤다면, 광주민주화운동과 홍콩시위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그가 실제로 '광주의 진상'을 축소해 인식하고 있다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광주 문제'는 비단 광주 문제 그 자체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은 어려운 문제다. 세계적으로도 인권문제에 자신 있는 국가는 드물다. 이를테면, 신장 인권문제과 관련해 우리는 거의 미국 발(發) 보도만 접하고 있고, 중국 측의 주장이나 반론은 거의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만약 신장의 인권문제를 비판해야 한다면, 미국에서 심각하기 그지없는 흑인의 인권문제도 동일한 차원에서 비판해야 옳을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견해와 철학을 가질 수 있다. 더구나 젊은이가 패기 있는 자신의 신념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단지 한 명의 젊은이가 아니다. 불과 몇 달 후 집권할 가능성도 있는 거대 야당을 이끄는 공당의 대표다.
주관적인 판단에 토대해 공당의 정책과 노선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한국 정치의 커다란 후퇴이고 한국 사회의 비극일 것이다. 이준석 대표가 기치로 내걸고 있는 '공정'이 주관적 판단에 토대한 것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