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님, 정치 말고 행정을 하십시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5일 '소득 하위 80%' 재난지원금 지급을 고수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억지 그만 부리고 여야 최초 합의대로, 집권여당의 방침대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특히 '국채 2조 원을 안 갚으면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홍 부총리의 주장에 대해 "잠자던 강아지가 박장대소할 말씀"이라고 맹성토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3일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10분의 1도 안 되는 2조 원 정도는 국가신용등급 등을 고려해 국채상환에 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보편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한 후 '해임 건의'까지 언급하며 협조를 압박하고 있지만, 홍 부총리가 '80% 지급안'을 고수하면서 당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부총리는 자기 고집 부리며 정치 신념 관철하는 자리 아냐"
이재명 지사는 우선 홍남기 부총리가 국가신용등급 등을 고려해 2조 원을 국채상환에 쓸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2020년 우리나라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3.7%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영국 -13.3%, 일본 -14.3% 등 대부분 국가의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10%를 넘은 데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지사는 "우리의 GDP 대비 국채는 OECD 평균인 110.0%의 1/3을 조금 넘는 42.2%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우리 GDP의 0.1%에 불과한 2조 원이 공식적으로 선진국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준다는 말인가? 잠자던 강아지가 박장대소할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신용등급 핵심은 나라 경제 규모와 정치, 사회적 안정성 등에 있다. 그래서 다른 국가도 적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민생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고수해 온 것"이라며 "정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경제수장이라면 국제신용평가사 핑계로 자린고비 행세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로 어려워진 서민경제와 국민생계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반대하는 홍 부총리의 주장에 대해서도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80%에게 25만 원이나, 전 국민에게 20만 원이나 산수만 해도 같은 금액 아니냐"는 것이다.
이 지사는 "부총리는 자기 고집 부리며 자기의 정치 신념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 신념 관철은 국민에게 직접 위임받은 선출직 공무원의 몫"이라며 "재정 운용에 '정치 결정'을 개입하는 사람은 정작 홍 부총리 본인이다. 야당과 일부 대선후보들의 선별지급 주장에 엉뚱한 이유 들며 동조하고 고집부리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성토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 질의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조 원이나 되는 돈을 이 위중한 상황에 국채를 갚는 데 써야 하느냐"고 묻자 "(2조 원을 상환하는 것은) 정치적 판단"이라면서도 "국가재정법 취지에 따르면 최소한 2조 원 정도가 반영돼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또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서 2조 원 국채상환에 대해 "국채시장과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있어 전략적으로 상황을 고려했다"면서 국제신용평가사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