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백사장과 국제시장의 거리가 떠오르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 매력적인 이름의 뒤편에는 고령화 지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공간이자, 2000년과 비교해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도시라는 통계도 공존하고 있다. 다층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집을 통해 내일을 그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회주택 <도담하우스>가 그 주인공이다.
도시는 하나의 생태계이기 때문에, 노후화되기도 하고 새롭게 정비되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에 대한 진단과 내일의 비전이 적절히 제시되어야 한다.
2021년 5월, <도담하우스> 공급을 통해 사회주택 운영을 시작한 사회적기업 <디자인팩>의 이흔 대표는 오늘날 부산은 주택 사업에서도 돌봄 역량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산 북구 인구의 14.9%가 65세 이상 노인으로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어요. 노인 단독가구일수록, 여성일수록, 연령이 많을수록, 기존 거주지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한다는 복지부의 통계도 있잖아요. 이러한 이유에 근거해서, 북구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커뮤니티케어 구현이 필요해요. 주거, 의료, 요양, 돌봄서비스를 연계하여 노년층 거주자를 중심으로 주거와 함께 돌봄 일자리 사업이 연계·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새롭게 유입되는 청년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주택의 상당수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하드웨어 중심의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부산의 시작은 돌봄과 노년층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회복지 인프라의 지원이 부실하고 이동-교통이 불편하며 생활형 SOC가 부족한 노후 도시에서, 상대적으로 더욱 소외되기 쉬운 계층은 노년층이다. 부산의 사회주택 '도담하우스'는 이러한 필요성을 확인하고 일자리, 의료지원, 복지, 여가 등의 요소를 결합시킨 뒤 돌봄 및 커뮤니티로 특화하여 공급을 준비해온 것이다.
'야무지고 탐스럽다'는 의미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 '도담'의 중의적 의미를 따와서, 거주하는 분들이 야무지고 좋은 집에서 편안히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은 '도담하우스'는 보증금 200만 원, 월세 12~15만 원이라는 저렴한 임대료만으로 입주할 수 있다. 또 독립적인 공간과 가전 가구가 풀옵션으로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다.
특히 어르신의 일상생활 및 정서지원을 위해 지역주민 돌봄활동가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데다, 사회적활동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도 지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발달장애인이 입주할 경우 지역 안에서 독립적 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코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돌봄/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특별히 강화한 사회주택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6세대에 불과하지만, 첫 시도인 만큼 규모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돌봄 프로그램의 경우, 지원 받고 있던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 올해 12월에 종료되는데, 사업 종료 이후 자생방안 마련이 과제로 남는다.
돌봄, 문화, 주거, 문화 예술제공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이는 지자체와 지역복지관의 오랜 숙제인 만큼 쉽게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다양한 주체의 적극적인 협업과 정책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한 사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역 내에서 무너진 공동체와 주민 참여 활성화에 대한 아쉬움이 사업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주거를 넘어 지역 사회 인프라와 마을 공동체 회복이 오늘의 부산에 정말 중요하잖아요. 지역을 수평적으로 보고 마을 곳곳에 사회주택이나 안심케어 주택을 배치하고 돌봄, 문화예술사업을 유치하여 거점이 되는 '마을형 사회주택'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도담하우스' 그리고 부산에서 사회주택을 시도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고민은 이제 시작되었다. 출범한 지 만 두 달을 맞이한 '도담하우스'가 미래에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래도 부산이라는 도시에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과 마을 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도담하우스'의 초심이 지속가능하게 유지 및 확장될 수 있다면, 비록 대단히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도시 생태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