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논란이 된 자신의 '120시간 노동' 관련 발언을 해명했다.("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경제 인터뷰 발언 왜곡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부당노동행위를 허용하자는 것이 전혀 아니"었으며, "실제로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당 정치인들이 (중략) 말의 취지는 외면한 채 꼬투리만 잡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취지는 외면한 채 꼬투리만 잡는다?
이 해명문을 보며 윤 전 총장에게 되묻고 싶어졌다. 과연 그 발언이 적절했다고 보는가? 아마도 국민의 대다수는 그의 '120시간 노동' 발언이, '실제로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의미가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주장대로 말이다. 왜냐하면, 1주일에 120시간을 근로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일주일에 120시간 노동이 가능한가?(주7일 17시간씩 일해도 119시간이다)
문제의 발언이 공격을 받는 이유는 '120시간'이라는 단어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단어 안에 녹아 있는, '노동'을 바라보는 그의 후진적 관점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의 성과를 '근로시간의 절대적 연장'으로, 이른바 '노동 쥐어짜기'로 극대화하는 시대와 작별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2004년 도입된 '주 5일제 근무'는 기업여건을 악화시킨 패착이었나? 일부에서지만,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세상이다. 한국의 '후진적 기업문화'로 '장시간 근로'가 지적받는 세상이다.
또 하나, 이 해명에는 핵심적인 한 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잘못에 대한 인정'이다.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이라는 발언은, (윤 전 총장의 주장대로 취지는 좋았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하지 않은가? 취지만 좋으면 그 발언이 부적절해도 괜찮은가? 취지도 좋아야 하고, 그 취지를 담는 그릇도 깨끗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대통령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많은 비난에 억울하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을 먼저 돌아보고 사과를 하는 것이 훌륭한 정치인의 자세 아닐까?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발언에 더욱 신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의미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정도의 사과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사과를 하는 것은 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사과를 하는 것은 지는 것'일까?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지난 4월, 사과문을 발표했다. 본인이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눈뜬 장님", "외눈박이"라는 차별적 언어들을 사용한 것을 예로 들며 "지난 날 저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용서를 구했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해당 발언들이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는 사과했다. 훌륭한 자세이지 않은가?
이 사과는 역시 4월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외눈'이라는 표현을 사용, 장애인 비하 논란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추미애는 '국어사전에 '외눈'이 나온다'며 반발했다. 누가 더 품격있어 보이는가? 당시 언론 기사제목 중 하나는 다음과 같았다. "'외눈' 사과한 심상정에 쏟아지는 "잘했다"…추미애는 묵묵부답"
2017년 5월, 문재인 후보의 '압도적 당선'은 전임정부의 실정(失政)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4.7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의 압승은 정부여당의 뼈아픈 실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의 최대피해자는 국민이고, 국가이다. '누가 더 못하나'가 아니라, '누가 더 품격 있고 훌륭한가'의 경쟁을, 이번만큼은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도 게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