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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궁 3관왕을 차지한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양궁 3관왕을 차지한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2021년 도쿄 올림픽 혼성 단체 금메달, 여자 단체 금메달, 여자 개인 금메달을 휩쓸며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안산 선수. 그런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도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이 찾아왔다.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선 그의 짧은 머리와 '페미니스트'를 연결시키며 논란을 부추겼다. "안산이 숏컷을 한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라는 주장도 나왔고, 실제로 선수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찾아가 "페미인지 아닌지 해명하라"라는 요구 댓글과 악플을 남기기도 했다. 공격이 도를 넘자 안산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안산을 지켜주세요' 릴레이 운동을 벌이며 대한양궁협회에 보호를 요청했다.

화젯거리가 생기니 국내 언론들은 뉴스를 받아쓰기 시작했다. 안산 선수의 이름 뒤에는 '페미 논란'이라는 말을 달았으며, 이번 사건을 '젠더 갈등', '갑론을박', '논란' 등으로 표현했다.

<"'페미' 안산 메달 반납해야" vs "선수 보호해야" 갑론을박>(파이낸셜뉴스, 7월 29일), <안산 '페미' 논란에 젠더 갈등 또…"메달 박탈해야" vs "선수 보호해야">(데일리안, 7월 29일), <안산, 사상 첫 3관왕…'숏컷 페미 논란'도 실력으로 잠재웠다>(한국경제, 7월 30일)

 
 싱가포르의 언론사 CNA는 안산을 향한 공격을 '온라인 학대'라고 표기했다.
싱가포르의 언론사 CNA는 안산을 향한 공격을 '온라인 학대'라고 표기했다. ⓒ CNA
 
외신들은 사건을 설명하는 단어를 명확하게 짚었다. 29일 싱가포르의 CNA는 이번 사건을 'sexist abuse(성차별적 학대)',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은 'online abuse(온라인 학대)'라고 명명했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폭력'이 문제의 핵심임을 짚은 것이다. 반면 한국의 언론들은 마치 '페미니스트'와 '숏컷' 그리고 '젠더 갈등'이 사건의 전부인 듯 보도했다.

갈등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다. '괴롭힘'은 "상대편에게 정신적·육체적인 고통을 주어 학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안산 선수를 향한 댓글 테러는 남녀 간의 '충돌'이 아닌 '성차별적 괴롭힘'에 가깝다.

여대를 나오고 숏컷 했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에서 조직적으로 한 여성 선수의 성취까지 박탈하라고 말한다. 이를 설명하는 단어가 있다. '사이버 불링(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욕설, 험담 따위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이다. 우리는 한 개인에 대한 집단적인 공격을 갈등이나 논쟁이 아닌 '괴롭힘'으로 부르기로 했다.

언론들이 앞다퉈 인터넷 커뮤니티의 공격을 기사에 옮길 동안 선수는 혐오 발언에 노출된다. 이에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29일 성명을 통해 "이런 글들이 뉴스로 기사화되면서 해당 커뮤니티의 관련 게시물들을 더욱 증폭시켰고, 또 다른 혐오 발언들을 인용하는 기사의 대량 송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순식간에 발생했다"라며 "과연 이런 기사가 뉴스로써 가치가 있는지" 물었다. 또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와 비아냥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안산 선수가 악플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3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어도 그가 겪었던 '사이버불링'은 '괴롭힘'이다. 안산 선수를 향한 공격을 분석하고 싶다면 언론이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사건의 본질을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이다. 폭력을 '갈등', '논란' 같은 어정쩡한 단어로 에둘러 표현해 의미없는 논쟁을 일으키는 것 대신 말이다.

#올림픽#안산#페미니즘#양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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