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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 권우성
 
피의자가 사망한 '법조계 미투' 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가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그동안 조사한 내용을 피해자에게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피해자 측은 "누가 보더라도 피의자의 범죄사실과 범죄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는 3일 오전 보도자료와 함께 서초경찰서의 불송치결정문을 공개하며 "(서초경찰서의) 불송치결정문에 따르면 최소한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사실들이 모두 존재하였음은 다툼 없는 사실로 확인된다. 이와 함께 업무상 위력을 앞세운 폭력이 피해자를 얼마나 무력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서초동의 한 로펌에서 일하던 초임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부터 2020년 3월 31일~6월 2일 총 10차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하고 이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리며 공론화됐다. 피의자인 로펌대표변호사는 경찰 조사 후 검찰 송치를 앞둔 상황에서 사망했다. (관련기사 : "법조계 민낯" 어느 초임 변호사의 '미투' http://omn.kr/1tc1d).

이날 피해자 측이 공개한 불송치결정문에는 피해자, 피의자, 증인 및 참고인들을 조사한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담겨 있다. 통상 피의자가 사망했을 때 '공소권 없음' 외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상세한 조사 내용이 불송치결정문에 담긴 것이다. 아래는 그 내용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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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피해자)은 (바로)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강하게 거절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피의자는 수습변호사에 대한 평가 및 실무수습 뒤 정식 변호사로서의 고용과 업무를 결정하는 대표 변호사로서 고용 및 급여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었으며, 실제로 피의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속 변호사를 해고한 적도 있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고 주장한다.

또 고소인은 피의자가 법조계 주류라고 일컬어지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대표변호사로 법조계 내에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었으며, 한번은 "자기가 한 다리 건너면 서초동 대표들 다 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 피의자에게 잘못 보이면 이직이 어렵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신고하거나 저장하지 못했고, 나중엔 지속되는 피의자의 행위에 대해 무력감을 느껴 저항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피의자는 고소인과 업무상 관리·감독 관계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소속 변호사들에게 경어를 사용하고 상호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수직적 업무환경에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심리적 강제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6월 2일의 성관계는 고소인이 5월 초 실질적으로 퇴사했기 때문에 고용관계에 있지도 않아 그 자체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고소인과의 성관계 및 신체접촉에 대해선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고소인의 동의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고소인과 같이 근무했던 변호사는 2020년 4월 말에서 5월 초 고소인으로부터 거절한다는 의사표시를 했음에도 성범죄를 당해 기분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고소인에 대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고 말투와 표정 등을 종합했을 때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고소인의 지인은 2020년 5월 초 고소인이 "회사를 때려쳤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물으니 "대표가 많이 만져서"라고 답했고, 6월에 고소인이 울어 그 이유를 물으니 "대표로부터 당했다"고 말해 성폭력 피해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고소인은 2020년 6월 9일~12월 3일 총 21회에 걸쳐 '◯◯◯심리상담연구소'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자는 "상담 초반에는 성폭력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보다는 변호사인 자신이 강하게 막아서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을 더 많이 보고했다. 가해자는 권력이 있고 자신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것에서 무력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표현했다. 또 고소인은 2020년 10월 26일~12월 4일까지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상세불명의 양극성 정동장애(임상적 추정)'의 병명으로 총 6회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받은 내역이 확인된다.

고소인은 2020년 9월 22일 피의자에게 "대표님 제 의사를 묻지 않고 행한 일 너무 많으시고 대표님과 저 그냥 아무 일도 없던 일로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문자를 보냈으나 피의자는 답을 보내지 않았다. 또한 고소인은 2020년 6월 25일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 "사람들이 자꾸 묻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앞에서 밝게 있으니까 가볍게 생각하나봐. 정확히는 성폭행이었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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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나 피해자의 변호사인 저 모두 법조인으로 피의자 사망 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피해자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사결과를 피해자에 알려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수사기관이 성범죄 피해가 존재하였음을 확인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일상의 2차 피해에 속수무책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함께 인식하고 개선해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다시 한 번 전달드리며 이 사건이 그런 논의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은 불송치결정문에 기소여부 의견을 담지 않았고 추가 피해자에 대한 조사 여부나 결과 등에 대해서도 기재하지 않았다"라며 "서초경찰서에서 수사결과를 소상하게 기재해 불송치결정문을 보낸 것에 감사하단 말씀을 전한다. 다만 아쉬운 부분들은 검찰을 통해 이의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이 사건 이후 대한변협을 포함해 어떤 변호사 단체도 피해자의 외로운 여정에 목소리를 보태주지 않았다"라며 "로스쿨에서의 성폭력예방교육을 강화하거나 신고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이유로 이제 우리는 피해자가 눈물 흘려가며 걸어가는 이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통해 법조계 내부에 자성의 목소리들이 깃들길 바랄 뿐 더 이상 대한변협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피해자의 간절했던 꿈인 '변호사'란 이름이 부디 비탄한 이름이 되지 않기만을 소망한다"라고 덧붙였다.

#법조계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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