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세 번째 파업에 돌입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건보공단 본사가 있는 원주에서부터 청와대까지 도보행진(3일~10일)을 벌이는 고객센터지부 노조원 및 그들을 응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네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편집자말] |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하루에도 수백 건의 상담을 하지만 콜 수 경쟁에 치여 고객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옆자리 동료가 몇 콜을 받았는지, 화장실은 얼마나 오래 갔다 왔는지 체크하면서 마치 전쟁터에 나온 것처럼 매시간, 매분, 매초 쫓기며 지내왔다.
용역업체는 최저임금과 몇 푼 안 되는 인센티브에 목을 매도록 요구했고 그 여파로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우울증과 근골격계질환, 방광염 등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건강보험공단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고객에게 늘 "건강하세요"라고 끝인사를 외치는 상담사들이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상담노동자도 한 가족의 엄마이고 아빠이고 딸이고 아들인데 목소리만 허공에 떠다니는 버려진 존재들 같았다. 이것이 우리가 3차 파업, 4차 파업까지 무한히 결의하고 수백 명이 원주 농성장을 사수하고 수석부지부장은 단식을 하며 수십 명이 원주에서 청와대까지 500리 행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로나 4단계 때문에 도로행진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우리는 청와대 하나만 바라보며 인도로, 산으로, 자전거 도로로 길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걸었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형광색 티셔츠를 입은 채 계획도 없이 1인 행진을 시작했다. 내일은 어떻게 얼마나 걸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내 딛는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세 걸음이 된다면 이 길의 끝에 승리한 우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7박 8일간 앞만 바라보며 걸었더니 어느덧 청와대 앞에 도착해 18일째 단식중인 이은영 수석부지부장님과 재회했다. 곡기를 끊고 목숨을 걸고 행진단을 맞아주는 수석부지부장님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500리길을 걸으며 쌓인 고단함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또한 힘들게 투쟁한 우리의 노고를 알아준 것인지 모르지만, 청와대로부터 '만나자'는 답도 듣게 되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의 만남을 끝으로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는 지난 11일 현장투쟁으로 전환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지만, 3차 전면파업까지 이어 오는 동안의 투쟁과정 자체는 무시하지 못할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더 단단해졌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동지로서 더 끈끈하게 신뢰하게 되었다. 이미 충분히 보여줬지만, 우리는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고 4차 전면파업도 당연히 추진할 수 있다는 힘과 저력을 과시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코로나 계엄과 공안 탄압이라는 악조건에서 전국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싸우고 있다. 상담노동자뿐만 아니라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도 합당한 대우와 처우를 받아야하고 그 답은 '직접고용'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직접고용 공약을 이행할 때까지 우리 건보고객센터의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건보고객센터 대전지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