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면 어김없이 학교 정문에서 만나곤 한다. 졸업한 지 햇수로 10년이나 됐지만 약속을 잡으면 늘 이곳에서 만난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꼭 지나치는 건물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활기가 더해져 가는 것을 보며 어떤 장소인지 궁금증이 생기곤 했다. 지금 그곳은 동네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마을회관이 되었고, 페인트칠이 벗겨진 담장과 옹벽은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되었다. 건물 인근의 도로는 재정비되어 안전을 위한 CCTV가 설치되었고 공원도 조성되었다. 이곳은 금천구 박미사랑마을이다.
추후 그곳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는 한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여느 때처럼 인터넷을 하던 중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원단 '오지라퍼' 2기 모집'이라는 글을 보고 끌리듯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박미사랑마을에 활기가 더해져 가는 모습이 내가 '오지라퍼' 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어 준 셈이다. 그렇게 유선면접을 통과하고 오지라퍼로 선발되었을 때는 뿌듯한 마음으로 설레기까지 했다.
'오지라퍼'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마을에 직접 찾아가 마을 주민께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대한 사업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원단을 지칭하는 명칭이다.
오지라퍼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
교육은 한 달 동안 매주 1회 총 4번 비대면과 대면 교육이 병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의 악화로 인하여 전면 비대면 교육이 되었다. 전자북으로 4주간의 교육과 현장에서 사용할 책자를 받았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사진과 그림을 적절히 사용하여 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수월하게 제작되었다. 책자 맨 뒤에 수록 되어있는 부록은 주민들이 실제로 작성해야 하는 서류들의 양식들을 예시로 보여주어 이해를 도왔다.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함께 활동할 '오지라퍼' 2기분들을 온라인 회의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대학생부터 마을의 주민, 도시재생 전문가로 활동하시는 분들까지 다양한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지라퍼로 지원하게 된 계기는 각자 다르지만 마을에 선한 오지랖을 전파한다는 목표는 모두 같았다.
첫 주 교육은 서울시 주거환경과의 환영사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오지라퍼'의 정의, 주요 역할 등에 대한 설명과, '주거환경개선사업'의 목적과 사례를 중심으로 한 이후 활동에 밑거름이 될 정보의 전달이 이 시간의 주된 내용이었다.
그 중 특히, 구로구 오류동 버들마을을 이끌어 주신 박정아 지역전문가께서 말씀해주신 주민참여 사례에서 주민협력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마을을 보존하고 그 마을이 사람냄새 나는 마을로 재탄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두 번째 교육은 작년 2020년에 활동했던 오지라퍼 1기 중 우수 참여자로 선정된 4명의 퍼실리테이터가 '찾아가는 사업설명회' 과정을 직접 시연해서 보여 주는 시간이었다. 실제로 두 번째 교육과정이 '찾아가는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 마을에서 겪었던 상황을 직접 묘사하시면서 본인이 겪었던 상황과 경험에 대해 진솔하게 전달해 주는 시간이었다. 교육이 끝나고 이어진 질문과 답변시간에는 많은 예비 오지라퍼의 질문 세례가 있었다. 모두가 열정 가득한 사람들로 온라인 교육이지만 대면 교육보다도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세 번째 교육으로는 지역문화연구소 스몰데이즈 설재우 대표의 홍보마케팅을 통하여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받았다. 홍보마케팅 수업을 듣는 이유는 주민의 눈높이에서 사업에 대해 친근감 있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오지라퍼'에게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사업지원단으로서 사업에 대한 정보 전달과 홍보는 필수 요소로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활용한 홍보방법에서 요즘 각광받는 틱톡, 당근마켓을 이용하여 이웃과 커넥트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꿀팁을 '득템'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오프라인 홍보 방법으로는 마을 게시판을 이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강사분의 경험을 통한 홍보사례를 전해 주었는데 주변 상인 분들의 마음을 열어 협조를 구하는 데에 성공한 강사분의 실제경험은 진심을 담아 전달한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의식을 불어넣어 주었다.
마지막 교육은 그동안 받은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각 조별로 주어진 주제에 따라 발표하고 서울시 주거환경과 팀장님들의 현실적인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었다. 우리 조는 '찾아가는 사업설명회' 시연 발표를 진행하였다. 비록 비대면 발표와 피드백이었지만 오지라퍼로서 실제 주민들에게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임했다. 교육을 마무리하고 서로 격려와 앞으로의 오지라퍼 활동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박수로 교육을 끝마치며 '진짜 오지라퍼'로 한걸음 내디딘 느낌이었다.
4주간의 교육이 끝난 후 드디어 오지라퍼 위촉장을 교부받았다. 최종적으로 총 19명(신규 15명, 기존 4명)의 '오지라퍼'가 2021년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원단으로 위촉되어 앞으로 찾아가는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교육 동안 모든 오지라퍼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나 또한 힘을 받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 같다.
찾아가는 사업설명회가 시작되기 전 나의 오지라퍼 활동의 최대 목표는 저층주거지에 거주하는 더 많은 주민들이 찾아가는 사업설명회를 들으시고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장점을 잘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은 지원과 관심으로 연결되도록 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우리 마을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고 살기 좋은 동네, 행복한 내일이 기대되는 마을을 만드는데 오지라퍼로서 알찬 정보를 전달하며 기여하고 싶은 기대가 점점 자라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