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로 예정돼 있었던 국민의힘 대선주자 토론회가 결국 무산됐다. 당 지도부와 윤석열 예비후보 등 당 소속 대선주자간 신경전이 토론회를 둘러싸고 계속된 결과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1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가 기존에 기획한 18일·25일 토론회는 원내대표 중재안에 따라 25일 비전발표회로 대체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대선 경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출범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보통 때보다 2배 길어진 2시간가량 이어졌다.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도 이준석 대표가 아닌 임 대변인이 참석했다.
임 대변인은 회의가 길어진 데 대해 "당내 상황이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어 당내 모든 인원이 개인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당의 통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회의가 길어졌다. 결론적으로는 최고위에 참석한 모두가 별다른 이견 없이 결정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18일 토론회 무산 이유에 대해선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당내 많은 의견이 있다 보니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합리적 방향으로 결정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토론회 무산을 먼저 제안한 이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질문을 받은 임 대변인은 "제가 최고위 비공개회의 때 나와 있어 정확히 전달하기 조심스럽다"며 즉답을 피했다.
내부 대선경선 원칙을 둘러싸고 국민의힘이 내홍에 빠진 상황에서 국민의당과의 합당까지 무산되면서 국민의힘이 사분오열로 치닫는 모양새다.
"'솟값' 협상 상당한 패착"... "안철수, 정권교체 사명 잊지 말아야"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예비후보 관계는 긴장 관계"라며 "이 대표가 경선 공정성을 상당히 흔드는 그런 언행을 했다. 지지율 1위 후보와 굉장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지켜본 우리 당 지지자들은 과연 (이 대표에) 정권교체 의지가 있는가 하는 데 대해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예비후보(전 제주지사)가 이 대표와 대화했는데, '윤석열 예비후보는 금방 정리된다고 했다'는 신문 보도와 관련해 제가 원 예비후보와 통화해봤다"며 "원 예비후보는 '틀림없는 사실이고, 이 대표가 자동 녹음되는 전화기를 사용하니 녹음파일이 있을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정도로 확인해줬다"고 덧붙였다.
이어 "후보 등록 이전에 윤 예비후보를 정리하고 가겠다는 생각이었다면 그건 문제가 있지 않나. 그런 점을 이 대표가 초래했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경준위 전체 내용에 대해 처음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무산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결국 같이 가야 하고, 우리가 안 대표를 대우해야 하는데 괜히 자꾸 '솟값 쳐주겠다' 그런 식으로 비하하면서 협상에 나선 것은 상당한 패착이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날 최고위 회의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책임을 돌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안철수 대표 또한 문재인 정권의 무능·반칙과 특권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한순간도 잊지 않아야 한다. 그 누구도 문재인표 '민생 파괴의 변이 바이러스'가 탄생하도록 하는 과오를 범하면 역사의 대역죄인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