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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공장식 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유족 이나금(모), 권태훈(형)씨가 의료진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끝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른바 '공장식 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유족 이나금(모), 권태훈(형)씨가 의료진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끝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이희훈
 
"5년간의 노력을 생각해보면 허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2016년 9월 이른바 '공장식 수술' 도중 사망한 고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가 19일 의료진에 대한 1심 선고재판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 말이다. 이씨는 "유령의사와 공장식 수술을 강력히 처벌하는 판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 지난 5년간 버티며 싸웠는데, 오늘 판결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권씨는 2016년 9월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한 장아무개씨로부터 수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CCTV엔 집도의 장씨가 여러 수술실을 돌아다니며 권씨를 포함한 다수를 상대로 수술을 진행하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마취 담당인 이씨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고, 장씨가 부재중인 동안 의전원을 갓 졸업한 의사 신씨나 간호조무사 전씨가 수술을 전담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최창훈 부장판사)은 이날 오후 1심 선고공판을 통해 의사 장아무개씨에게 징역 3년·벌금 500만 원, 의사 이아무개씨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벌금 500만 원, 의사 신아무개씨에게 벌금 1000만 원, 간호조무사 전아무개씨에게 선고유예의 판결을 내렸다. 장씨는 바로 법정구속됐다 (관련기사 : '공장식 수술' 고 권대희씨 집도의 징역 3년... 유족 "면죄부 형량" 토로 http://omn.kr/1uw1u).
 
 이른바 '공장식 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유족 이나금(모)씨가 의료진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끝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며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
이른바 '공장식 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유족 이나금(모)씨가 의료진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끝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며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 ⓒ 이희훈
 
모두에게 유죄 혹은 유죄에 준하는 판결이 내려졌고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장씨가 실형 선고로 법정구속됐음에도, 이씨는 왜 이날 재판 결과를 "불합리한 판결"이라고 지적한 걸까. 이씨는 특히 대리수술을 한 유령의사 신씨의 혐의 중 업무상과실치사가 인정되지 않은 점, 무면허 의료행위가 인정됐음에도 간호조무사 전씨에게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씨는 "공식적으로 유령의사와 공장식 수술에 대한 허가가 난 것과 다르지 않은 매우 위험한 판결"이라며 "그 행위를 시킨 책임자뿐만 아니라 행위를 한 이들에게도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이씨와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시킨 사람뿐만 아니라 직접 수술한 사람도 처벌해야"
 
 고 권대희씨 성형수술 장면을 촬영한 CCTV. 바닥까지 흘러 내린 피를 간호조무사가 걸레로 닦고 있다.
고 권대희씨 성형수술 장면을 촬영한 CCTV. 바닥까지 흘러 내린 피를 간호조무사가 걸레로 닦고 있다. ⓒ 권태훈
 
- 아들이 사망한 후 5년 만에야 1심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의 소회를 여쭙고 싶다.

"제가 5년간 싸워왔던 이유는 아들이 죽은 수술실의 CCTV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한 명의 의사가 수술실을 돌며 4명을 동시에 수술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리수술을 하는 '유령의사'도 있었고, 무면허 의료인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재판을 통해 유령의사와 공장식 수술을 강력히 처벌하는 판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5년간 버티며 싸웠던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판결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유령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유령의사의 수술이 암암리에 이뤄졌다면 이젠 공공연히 일어날 것이다. 대한민국 수술실이 얼마나 끔찍해지겠나."

- 수사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검찰 때문에 여전히 찝찝한 마음이 남아 있을 것 같다. 

"담당 검사가 14개월 동안 사건을 붙들고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5년이나 싸우지 않아도 됐다. 저는 그 CCTV를 500번 이상 돌려보고, 초단위로 타임테이블을 만들어 검찰에 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나중에 그 검사와 병원 측 변호사가 서울대 의대를 함께 나온 친구인 것도 알게 됐다.

이후 법원에 재정 신청까지 한 끝에 기소가 이뤄졌지만 이후 검찰이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업무상과실치사가 아닌 상해치사와 살인죄로 죄명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선 의료사고든, 의료범죄든 모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만 적용한다. 하지만 우리 아들의 경우 의료진이 정상적인 업무를 하다가 과실로 죽은 것이 아니다. 공장식 수술과 유령의사를 세운 대리수술이 어떻게 정상적인 업무인가."

- 대리수술을 했던 유령의사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벌금형(의료법 위반만 유죄)이 선고됐고, 간호조무사 역시 의료법 위반 유죄가 인정됐음에도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공식적으로 유령의사와 공장식 수술에 대한 허가가 난 것과 다르지 않은 매우 위험한 판결이다. 그 행위를 시킨 책임자뿐만 아니라 행위를 한 이들에게도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CCTV 의무설치 등 '환자 3법' 꼭 필요"
 
 이른바 '공장식 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유족 이나금(모)씨가 의료진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끝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른바 '공장식 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유족 이나금(모)씨가 의료진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끝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 아들의 죽음 이후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CCTV가 명백히 남아 있던 이 사건도 5년 동안 우여곡절의 시간이 있었고, 오늘 이렇게 불합리한 판결이 내려졌다. CCTV가 없었더라면 아예 수사도, 기소도 안 됐을 거고, 그나마 이러한 재판 결과도 없었을 거다."

- 수술실 CCTV 의무설치와 함께 의사면허 관리 강화, 의사 행정처분 이력 공개 법안까지 이른바 '환자 3법'을 꾸준히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

"의료행위는 몸과 생명을 의사에게 맡기는 것 아닌가.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의료법 위반 등 일부 범죄에 대한 처벌이 내려져야만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만약 아들을 죽게 한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만 처벌을 받았다면, 감방에 다녀와도 계속 수술실을 돌려가며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죄인을 보호해주는 법이다."

- 의료계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의료행위가 위축되고 의료산업이 축소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환자 3법에 반대하고 있다. 

"유령의사가 판을 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더욱 의료산업을 죽이는 행위다. 정상적인 의료활동으로 사고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게 의료산업이 발전하는 길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자기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만나는 것 같다. 얼마 전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면담을 신청했고, 대한의사협회에도 만남을 요청했지만 두 군데 다 연락이 없다. 그런데 자기들끼리는 계속 만나고 있다."

- 5년 만에 1심 판결이 났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대희는 엄마가 힘들어하는 걸 되게 싫어했다. 그래서 지난 5년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미안해했을 것 같다. 저는 대희가 수호신으로서 엄마와 항상 같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대희의 버킷리스트 15번이 '세상에 내 이름으로 된 흔적 남기기'였다. 대희는 세상을 떠나버렸지만 CCTV 영상을 남겼다. 대희가 남긴 CCTV와 버킷리스트를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하며 5년 동안 싸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희야, 오늘 법정에서 눈물이 나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어. 대희가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눈 한 번 마주치지 못하고, 사랑한단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한 채 너를 하늘나라로 보낸 것이 엄마에겐 너무도 큰 한으로 남아 있어. 그래서 너의 죽음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거야. 그동안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온 엄마가 소중한 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서야 씩씩하고 강해졌어. 오늘 판결로 엄마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한 보 더 전진하기 위한 계기로 생각하고 있단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대희가 수호신이 돼 엄마와 함께 있어 준다면 앞으로도 더 열심히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
 
 이른바 '공장식 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유족 이나금(모), 권태훈(형)씨가 의료진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끝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른바 '공장식 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유족 이나금(모), 권태훈(형)씨가 의료진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끝난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이희훈

#권대희#이나금#권태훈#의료사고#의료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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