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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점령하자 서방 국가로의 대피 행렬이 이어지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공항 바깥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6일 저녁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애비 게이트와 이로부터 약 250ｍ가량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최소 2차례의 폭탄 테러와 총격이 벌어져 사상자가 속출했다.

케네스 맥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공격으로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슬랍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며, 공격이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프간 관리는 최소 60명의 아프간 주민이 사망하고, 14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미군 피해와 합하면 총 사망자는 72명에 달한다.

미 사령관 "응당한 조치 취할 것" 보복 예고 

맥켄지 사령관은 카불 현지에 지금도 1천 명 정도의 미국인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탈출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비열한 공격에 연루된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그들에 대해 응당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보복을 경고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국방부를 대표해 오늘 카불에서 전사하고 다친 모든 사랑하는 이들과 동료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며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깊은 슬픔에 빠진 그들의 가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S도 자체 운영하는 아마크뉴스 채널을 통해 "미군과 그들의 대규모 협력자들 가운데로 들어가 폭탄을 터뜨려 약 60명이 사망하고 100명 넘게 다치게 했다"라며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배후로 지목된 IS에 대해 "탈레반보다 훨씬 급진적인 집단(more radical)"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수석대변인은 "카불 공항의 미군 통제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모든 외국 군대와 시민이 떠나면 테러 배후를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군이 주도하는 탈출 행렬이 공항에 많은 시민이 몰리게 했다"라며 미군에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을 하루 연기하고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앞서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은 테러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카불 공항 인근에 보안 우려가 있다며 공항으로의 이동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발령한 바 있다.

악재 겹친 바이든... 미 공화당 "탄핵해야"

미국 언론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강행해 탈레반의 점령을 사실상 용인한 데다가 혼란스러운 대피에 이어 카불공항 폭탄 공격도 막지 못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 로니 잭슨 하원의원 등 공화당 인사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동반 사임하거나 탄핵당해야 한다며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한편, 이번 공격에도 불구하고 서방 국가들도 아프간 탈출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러한 테러 공격은 야만적이고 비열하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일"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탈출 작전을 방해하지는 못할 것이며, 이제 끝을 향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번 공격은 탈출 작전을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라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런 공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실제로 일어난 것은 매우 끔찍한 소식"이라며 "독일은 아프간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