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권후보(전 검찰총장)가 "저희를 내년에 청와대로 초청해 달라"는 한 고교생의 부탁을 받고 "네,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8일 오후 자신의 모교인 서울 은평구 충암고를 방문해 야구부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충암고 방문한 윤석열 "교련시간에 쪼그리고 왔다 갔다 했다"
이날 오후 3시 윤 후보는 충암고 동문회 주선으로 이 학교를 방문해 최근 청룡기 대회에서 첫 우승한 야구부 학생들과 지도자 50여 명을 학교 운동장에서 만났다.
이날 행사는 '외부인 출입 자제' 학교 감염병 지침과 '정치 중립성 위반' 논란을 의식한 서울시교육청과 이 학교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 후보는 지난 2일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이후 5일 동안 당 경선 관련 공식 일정을 제외하고 대외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날 이 학교에는 "윤석열 동문 모교 방문을 환영합니다"는 글귀가 적힌 '충암고 동문회' 명의의 대형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윤 후보는 동문회와 학교 관계자 50여 명을 만나 악수를 나눈 뒤 학생들이 있는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자신의 재학시절 얘기를 다음처럼 꺼냈다.
"학교가 옛날보다 깨끗해졌다. 교련시간에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쪼그리고 왔다 갔다 했다."
윤 후보가 운동장에 도착하자 야구부 학생들 50여 명이 줄을 맞춰 서서 손뼉을 친 뒤, '필승'이라고 일제히 거수경례했다. 야구부 지도자들은 윤 후보가 도착하기 30여 분 전부터 학생들을 줄 세운 뒤 박수와 인사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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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암고 야구부 후배들 청와대 초청 약속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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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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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 학생들 앞에 선 윤 후보는 "우리 모교 야구부가 올해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면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 이튼스쿨 축구장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우리 충암동문들의 맹활약도 충암고 야구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튼스쿨은 영국의 유명한 귀족학교다.
이 때 야구부 주장 학생이 갑자기 윤 후보 앞으로 다가와 다음처럼 말했다.
"내년에 저희가 좋은 성적 내면 청와대로 초청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곧바로 "네 물론입니다"고 답했다.
이 말이 나온 뒤 야구부 감독은 다시 한 번 윤 후보에게 "내년에 청와대 초청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망설임 없이 "약속할게요"라고 답했다.
선관위, 윤석열 후보 학교 방문 허용했지만...
윤 후보의 학교 방문을 놓고 서울시교육청과 충암고에서는 '교육기관의 정치중립성 위반'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전에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선관위는 '동문으로서 순수 격려 차원의 방문은 가능하다'고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이날 윤 후보의 충암고 방문에서 사실상 대통령 당선을 기원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물론 윤 후보 또한 공개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초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한편 이날 행사 현장에는 서울 은평구 선관위 관계자 2명이 동행해 선거법 위반 요소가 있었는지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