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유연화, 여성가족부 폐지 등 대선 공약에 대해 '대기업 기술탈취', '남녀 임금격차'와 같은 송곳 지적이 쏟아지자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들이 진땀을 흘렸다.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서 9일 면접관으로 나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재형 후보를 향해 "대기업 노동자가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약탈하고 있다면서 노동시장 개편을 공약했다"며 "대안으로 나온 게 시간제·기간제·파견 근로 확대인데, 어떻게 이것이 노동자를 위한 정책인가"라고 질문했다.
최 후보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근로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근로자 역시 육아 문제 등으로 획일적 근로보다 다양한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며 "획일적인 정규직 근로, 일정 기간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형태는 시장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진 전 교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빼앗아 단가 후려치기를 하면서 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이 낮을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핵심이라 본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민주노총 책임이니 '귀족노조'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건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최 후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구조를 제가 찬성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임금격차 문제는) 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규를 위반한 기업은 (처벌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최 후보는 SMR(소형모듈원자로) 관련 질문에도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기존 석탄발전소를 SMR로 모두 대체하겠다 했는데, 이는 분산형 전력망이라 전력소비가 많은 곳과 가까운 곳에 지어야 한다. 수도권에 지어야 하는데, 어디에 짓겠는가"라고 물었고, 최 후보는 "어느 곳에 지어야 할지 구체적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석탄발전소를 중소형원자로로 대체하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우리나라의 새 먹거리도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여성 유리천장 깨야... 기업 할당제는 반대"
유승민 후보는 여가부 폐지 공약 관련으로 십자포화를 맞았다. 진 전 교수는 "유승민·하태경·이준석 등이 '안티페미니즘'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우면서 여성단체나 2030 여성들의 견해를 물어본 적 있나"라고 질문했다.
유 후보는 "2030 여성들과 대화해 봤고, 여가부 폐지는 제1호 공약이 아니다"라며 "저는 평생 양성평등주의자로 일관되게 살아왔다.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 아무 일 못 하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진짜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싶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독일, 캐나다에도 여성 관련 부서와 장관이 있다. 이 나라들이 왜 여가부를 두고 장관을 두고 하겠나. 여가부를 없애서 얻는 실익이 모호하다. (유 후보가) 안티페미니즘 바람을 타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저는 4년 전에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다. 우리나라에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그 나라들보다 좋은 것 아닌가"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양성평등을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지 지켜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우리나라 남녀임금격차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최고 수준이다. 이것을 줄일 방안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고, 유 후보는 "그동안의 히스토리가 쌓여 남성이 하는 일, 여성이 하는 일이 달라져 평균적인 월급 수준이 달라 나타난 문제"라며 "여성이 유리천장을 깨도록 하고,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기업에 여성 비율을 정해놓거나 공공기관에도 할당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유 후보는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여성할당제를 도입하는 건 찬성하지만, 민간기업에까지 확대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고 했다.
진중권 "의료원 폐쇄로 경남 병상 줄어" vs. 홍준표 "좌파적 주장"
홍준표 후보에 대해선 경남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쇄와 관련한 지적이 이어졌다. 진 전 교수는 "코로나19로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일각에선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더이상 둘 수 없어 정리한 것"이라며 "제가 지사로 있을 당시 공공의료원인 마산의료원을 신축했고, 음압병동 8개를 새로 설치했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보건의료 쪽에선 홍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전국 공공병원이 다 폐쇄돼 코로나19 등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했고, 홍 후보는 "그런 말 하는 분들은 저를 절대 안 찍는다. 그건 억지 논리다. 그런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저를 안 찍기 때문에 제가 그런 사람들한텐 대꾸를 안 한다"고 맞섰다.
이어 진 전 교수가 "병상 1개당 인구수가 경남의 경우 전국 평균의 3배에 가깝다.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효과"라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자꾸 좌파적 주장을 하는데 대법원서도 (끝난 문제)"라며 "사실상 진주의료원 폐쇄가 잘못됐다 주장하는 사람은 절대 저를 안 찍는다. 억지 논리를 말하는 면접관의 생각이 참 답답하다"고 감정적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성민·장기표·박찬주·최재형·유승민·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참여했다. 오는 10일에는 황교안·윤석열·박진·안상수·하태경·원희룡 후보의 면접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