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동네 공유우산.
우리동네 공유우산. ⓒ 원주좋은변화연구회
 
집에 가는 길, 예상치 못하게 소나기가 내린다. 우산이 없는 당신이 비에 젖는 사이, 누군가 당신 곁으로 다가와 슬며시 우산을 씌워 준다. 영화 <늑대의 유혹>에 나온 이 장면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오마주될 만큼 유명한 장면이 되었다.

현실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낯선 사람과 우산을 흔쾌히 나눠 쓸 수 있을 만큼 안전한 나라가 아니고, 안전하게 우산을 나눠 쓸 수 있는 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근사한 사례가 생겼다. 강원도 원주시 원주좋은변화연구회의 '공유 우산 프로젝트' 덕분이다. 아파트 입구나 시장 상점 앞에 공유 우산함을 설치하여 비가 오거나 해가 내리 쬘 때 누구나 우산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2021년 원주좋은변화연구회는 봉산동 동신아파트, 배말타운, 삼익아파트 등에서는 입주자 대표 회의를 통해 공유 우산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기획했고, 상지대학교에서도 학교 본관, 병원, 센터 등에 공유우산함을 설치해 캠퍼스 안에서 이동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원주 혁신도시 상인회와 중앙동 문화거리 상인회는 시장 앞에 공유 우산을 설치하고 상인들이 직접 관리하여 더운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손님들이 시장 내 상점을 편히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원주 안에서 공유 우산 프로젝트가 확장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상지대학교, 삼양, 농협원주지부 등 다양한 단체가 동참했다.

공유한 우산만 4000개... 우산에 담긴 따듯한 마음
 
 ‘땡스우산기부데이’ 행사 모습.
‘땡스우산기부데이’ 행사 모습. ⓒ 원주좋은변화연구회
 
우산을 공유하는 행동은 코로나 시대에도 가능한 마음 나눔 프로젝트다. 공유 우산 프로젝트는 원주시의 시민대상 문화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땡스우산기부데이' 행사에서는 우산을 기부하면 기념품을 제공했다. 버스킹이나 디퓨저 만들기 등의 지역 프로그램도 함께 열렸다.

기부할 우산을 쓰고 원주천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원주천 둔치 걷기대회', 기부할 우산에 그림을 그려서 보내는 '기부우산 시화전'도 반응이 좋았다. 4월 10일 열린 '1차 땡스우산기부데이'에 이어 상지대학교가 공유우산 프로그램을 시행한 7월 30일까지, 공식적인 행사만 약 20회다.

시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원주좋은변화연구회가 2021년 7월 실시한 '폭염 대응 우산(양산)의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유 우산을 들어본 적 있다는 사람이 61.1%,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는 사람이 36.7%에 달했다. 폭염이나 우천 시 공유우산을 사용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무려 95.6%의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주 구도심을 자주 이용하는 고령자들에게는 언제나 편하게 집어들 수 있는 우산이 여름철 더위나 소나기를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공유된 우산만 무려 4000개다.
 
 아파트 경로당의 공유 우산 프로젝트.
아파트 경로당의 공유 우산 프로젝트. ⓒ 원주좋은변화연구회
 
공유 경제의 약점, 신뢰의 문화 필요해

"공유한 우산을 안 가져다 두면 어쩌죠?"

공유 우산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공유 우산을 가져갈 때 특별한 절차를 거치는 게 아니니 사실 가져다두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원주좋은변화연구회 의제팀이 조사한 결과, 사용대상자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회수율이 낮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파트나 대학, 공공기관 등 사용자가 명확한 경우에는 회수율이 높았지만, 시장 상가 등에서는 재방문 기간이 다르고 정기적으로 오는 곳이 아니다 보니 회수율이 높지 않았다. 공유 우산에 대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산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하여, 원주좋은변화연구회는 사용자가 명확한 곳을 중심으로 공유 우산 프로젝트를 활성화 하려고 준비 중이다. 또한 공유 문화 확산에 대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원주시, 원주시의회 같은 지자체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대한석탄공사, 건강보험심가평가원 같은 공공기관, 원주 상지대학교, 삼양과 같은 기업도 함께 했다. 더불어 원주혁신도시상인회, 해빚는 맘, 해피마인드 상담치료센터 등 지역단체들의 참여도 컸다.

공유우산프로젝트는 높아지는 도시의 온도를 낮출 수 있고, 자외선에 의한 피부질환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들간의 신뢰도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다. 원주의 공유우산 프로젝트가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원주좋은변화연구회의 ‘공유 우산 프로젝트’의 사례 모습. 북원초등학교에 설치된 공유우산.
원주좋은변화연구회의 ‘공유 우산 프로젝트’의 사례 모습. 북원초등학교에 설치된 공유우산. ⓒ 원주좋은변화연구회
 
 북원초등학교에 설치된 공유우산.
북원초등학교에 설치된 공유우산. ⓒ 원주좋은변화연구회
 

#공유우산#원주좋은변화연구회#원주시#지역문제해결플랫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