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 방문객에 대한 여행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2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항공 여행객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여행 제한 규정 변경지침을 발표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항공편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방문객은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하고, 출발 3일 이내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이 나와야 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방문객은 입국 시 검역과 격리 의무가 면제된다. 또한 백신 접종 자격이 안 되는 어린이도 제외 대상이다.
반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로 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미국인은 현지에서 귀국 하루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이 나와야 한다. 또한 미국 공항 도착 직후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국가 단위로 여행 제한을 부과했던 것과 달리 백신 접종 여부와 검사 결과 기준에 따라 개인 단위로 검역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가 아닌 개인 단위로 검역 강화... 여행업계 '환영'
자이언츠 조정관은 "새 지침은 국내에 있는 미국인을 보호하고, 국제 항공 여행 시스템의 안전을 강화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초에 새 지침이 발효될 것"이라며 "항공사와 여행사들에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백신을 지침 대상으로 삼을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P, CNN 등 외신은 "새 지침이 여행업계와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에 기쁜 소식일 것"이라며 "특히 유럽 정부들의 큰 승리를 의미한다"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기존의 여행 제한 규정은 미국보다 확진자가 훨씬 적은 유럽연합(EU)이나 영국 등 동맹국들의 불만이 많았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주 뉴욕 유엔 총회에서 유럽 정상들과 회담을 앞두고 이번 발표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영국, 호주와의 새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출범 등으로 미국에 불만이 쌓인 유럽 국가들에 화해의 손짓을 내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오커스 때문에 호주와의 잠수함 공급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당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프랑스의 국적 항공사 에어 프랑스도 이날 발표가 나오자 "최고의 뉴스"라며 환영했다.
미국의 델타항공도 "코로나19 검사와 백신 접종은 안전하게 여행을 재개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라며 "이번 결정이 미국과 여러 나라들의 지속적인 경제 회복도 가능케 할 것으로 낙관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 개도국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에 백신 공급 불균형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