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지루박(정확하게는 지르박)'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지루박'이라는 이 말을 듣게 되면, 먼저 뭔가 그 이미지가 연상되고 좀 품격이 떨어지는 느낌이 받게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란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루박'은 뜻밖에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영어'다. 아니, '지루박'이 영어라니! 바로 '지터벅(jitteringbug)'을 일본인들이 약하게 나오는 't'의 발음을 생략하고서 '지루박'이라는 '놀라운' 말을 만들어낸 것이다.
본래 '지터벅(jitteringbug)'은 스윙(swing) 리듬에 맞추어 추는 사교댄스의 한 종류이다. 흑인들의 춤에서 기원하였으며 1930년대 말~1940년대 초 미국 젊은 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지터벅'이라는 용어도 활달하고 자유로운 춤이었기 때문에 "신경질적인 벌레(Jittering Bug)"고 비유한 데서 유래되었다.
일본인들의 발음이 취약하다는 것은 유명하다. 그래서 일본식으로 만든 '화제영어'에도 이미지가 좋지 않은 용어들이 적지 않다.
난닝구, 빵꾸, 뻰끼... 쓰는 사람 품위까지 떨어지게 만드는 말들
우리에게 대표적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일본식 영어로는 '난닝구'가 있다. 영어 running shirts를 자기들 식대로 '난닝구'라는 말로 바꾼 것이다. '난닝구'라는 이 말은 우리 사회에서 그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해 정치적으로 비하하는 멸칭(蔑稱)으로 사용된 적도 있었다.
또 "타이어가 빵꾸가 났다"에서 '빵꾸'란 말도 일본식 영어다. 영어 puncture에서 비롯된 말인데, 사실 영국에서 '바늘 같은 날카로운 물건에 의해 타이어에 생긴 조그만 구멍'의 의미로 쓰일 뿐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flat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영어 표현이다. '빵꾸'는 'puncture'의 뒷부분을 생략해 만들어진 말이다. 하지만 punk라는 영어는 '시시한 놈'이나 '쓸모없는'라는 의미를 갖는 속어다.
그리고 '뻰끼'도 일본식 영어로, "페인트를 칠하다"의 'paint'가 올바른 영어다.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수준을 반영한다. 일본식 영어는 자기들 편의에 의해 자의적으로 만들어 우선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을 저해하고 언어를 교란시킨다. 더구나 발음에 취약한 요인에 의해 우스꽝스러운 용어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때로는 그 용어들을 사용하는 사람의 품위까지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우리가 일본식 영어를 바로잡아야 할 이유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