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에 있는 '한줌상점'에서는 다른 상점과 다름없이 칫솔, 비누, 장바구니, 파우치 등의 물건을 판다. 일상용품뿐 아니라 커피콩이나 베이킹소다 등도 살 수 있다.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상품들이지만 다른 상점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대부분 포장이 되어 있지 않거나, 최소한의 포장만 되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거나 빨거나 씻어서 다시 쓸 수 있는 다회용 용품만 판매한다. 한줌상점은 제로웨이스트숍이다.
시민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한줌상점
한줌상점은 '누구나 정상회담@대전'에서 시민들이 낸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당시 지역문제해결플랫폼 대전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 공간에서 2018년부터 시민의제발굴 사업인 '누구나 정상회담@대전'을 진행 중이었다. 무려 1000여 개의 대화 모임과 100개의 의제가 발굴되었고, 2021년에도 '지속가능한 대전'이라는 주제로 계속되고 있다.
한줌상점이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전에는 제로웨이스트나 플라스틱프리 가게가 많지 않았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쓰레기 없는 소비를 하고 싶다고 해도 지역에 윤리적 소비를 위한 공간이 많지 않아서 자체적인 노력밖에는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매일 산더미 같은 포장재와 용기가 버려지는 걸 보며, 시민들은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제로웨이스트숍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 필요성으로 연 것이 한줌상점이다.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해 보고 싶은 가게 4곳을 모아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운영되었다. 팝업스토어를 본 곳곳의 마을공동체들이 자신들도 제로웨이스트가게를 해보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협동조합한줌과 주식회사 윙윙은 애초에 아이디어가 나왔던 시민의제발굴 사업이 진행된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에 제로웨이스트숍을 꾸렸다.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은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같이 해결해나가기 위해 만든 단체다. 혁신청은 공간 안에서 플라스틱 프리 카페 '자양분'을 운영하고 있는데, 카페 한켠에 한줌상점을 연 것이다.
한줌의 사람이 운영하는 한줌상점
한줌상점에서는 대나무칫솔과 빨대, 플라스틱용기에 담겨 있지 않은 샴푸바, 빨아서 다시 쓸 수 있는 삼베 커피필터와 다회용 화장솜, 파우치와 장바구니 등을 판매한다. 한줌상점에 올 때 커피콩이나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등을 구매하고 싶다면 이것들을 담아갈 수 있는 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이런 물품들 옆에는 '플라스틱 정류장'이라는 작은 플라스틱을 모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손바닥보다 작은 플라스틱을 모으는 공간이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해서 버려도 작은 플라스틱들은 재활용되기에 힘들어 선별장에서 다시 버려진다. 하여, 한줌상점에서는 작은 플라스틱을 따로 모아 열쇠고리나 비누받침, 치약짜개 등으로 다시 만든다.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자원순환 마을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프레셔스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서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런 프레셔스 플라스틱 활동은 입소문을 타고 대전의 다른 곳까지 퍼져, 시민들이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오는 일도 많다.
한줌상점은 이런 제로웨이스트숍이 대전 곳곳에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줌상점을 마을 곳곳에 설치해 시민들의 삶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들은 협동조합 한줌을 준비하고 한줌상점을 운영할 조합원, 소비자조합원 등을 모집하고 있다.
지금 한줌상점을 운영하기로 한 가게는 총 7곳이다. 대전의 각 자치구별로 한 곳 이상에서 한줌 상점이 운영되는 셈이다. 제로웨이스트 가게라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대전에서, 이제는 쉽게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협동조합원은 한줌상점을 홍보하는 등의 문화사업과, 판매품목을 조정하고나 입점하는 경제사업에 참여한다. 협동조합 한줌 운영팀은 한줌상점 운영뿐 아니라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를 '한줌 프로젝트'라 칭하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