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제자 5명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지른 고등학교 교사가 10년 만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30일 오전 서울 용화여자고등학교 전 교사 주아무개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을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용화여고 스쿨 미투를 촉발시킨 가해교사에 대한 법적 공방이 마무리됐다.
10년 만의 단죄... 졸업생, 재학생,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다
가해교사가 사법부의 단죄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다. 2011~2012년 담임교사였던 주씨에 의한 성추행 피해가 발생했지만, 피해 학생들은 이 사실을 고발할 수 없었다. 2018년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벌어지면서, 피해자를 비롯한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용기를 냈다.
졸업생들은 2018년 3월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를 만든 뒤 SNS를 통해 용화여고 졸업생·재학생·교직원을 대상으로 '용화여고 내 성폭력실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응답자 100명 중 42명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충격을 줬다.
재학생들이 졸업한 선배들의 용기에 화답하면서, 학내 성폭력 공론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4월 6일 재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학교건물 창문에 'ME TOO', 'WITH YOU' 등의 문구를 붙인 일은 이후 전국으로 확산된 스쿨 미투 운동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시민들 역시 '용화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을 만들어 용화여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을 뒷받침했다.
그해 12월 검찰은 주씨를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주씨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 2월 서울북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가 주씨에게 1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주씨는 피해자들을 '소영웅주의', '확증편향'이라고 폄훼하면서 1심 판결에 불복했다. 하지만 항소심과 이날 대법원에서 그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용화여고 졸업생들로 구성돼 스쿨미투를 이끈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는 대법원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로 인해, 우리는 이제 맘 편히 웃으며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되었다"면서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가는 이 당연한 사실이 앞으로는 좀 더 수월히 계속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노원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최경숙 전 집행위원장은 "사법정의를 세워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판결은 전국에서 일어난 스쿨미투에 대한 판결이며,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스쿨미투 운동의 등불이 돼 방방곡곡을 비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