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자취생 청년이지만, 먹는 일까지 '대충'할 순 없습니다. 나를 위해 정성스레 차려낸 밥 한 그릇에 고단함이 녹고, 따스한 위로를 얻기도 하니까요. 씩씩하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는 든든한 1인분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
통장은 가벼워지고, 몸은 무거워지고
생활비 통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월급을 받으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잔액이 초라하다. 월급 통장에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어 거래 내역을 확인해본다.
치킨 - 1만8000원
떡볶이 - 1만9000원
마라탕 - 2만3000원
편의점 - 9800원 등등
행복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것 보니 의심할 여지 없이 범인은 나다.
재테크에 관심이 생기면서 올해는 월급의 60% 이상을 저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옷이나 신발 등 큰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교통비나 보험료 등 더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체크했다. 그리고 써야 할 예산을 미리 정해뒀는데, 매번 '식비' 예산에서 초과 지출이 나왔다.
퇴근 후에는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배달음식 생각이 났다. 배달 팁을 아끼겠다는 핑계로 1인분보다 더 많은 양을 시켰다. 그게 아니면,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저녁거리와 함께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등 간식거리도 습관처럼 함께 샀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통장은 금방 가벼워졌고, 내 몸은 무거워졌다. 고칼로리의 음식을 자주 먹으면서 체지방이 늘었다. 작년에 산 청바지가 작아져 다시 또 바지를 사야 하니 건강에도, 재테크에도 지독한 악영향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배달음식 앱을 잠시 지우고, 앱 대신 찬장을 열었다. 얼마 전 추석 때 선물세트로 받은 참치캔이 쌓여 있었다. 유튜브에 '참치 요리'를 검색하니 수많은 정보들이 나왔다. 그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요리는 '참치 쌈장'이었다.
참치 쌈장 만드는 법
1) 양파와 대파를 잘게 다져주세요.
2) 참치캔 기름을 팬에 두르고 다져둔 야채를 함께 익혀주세요.
3) 양파와 대파가 숨이 죽으면 쌈장 3스푼, 고춧가루 1스푼, 설탕 1스푼을 넣고 볶아줍니다.
4) 물을 반 컵 정도 넣고 참치와 함께 졸여주세요.
5) 청양고추가 있으면 다져서 넣어도 좋아요.
어제 퇴근길에는 편의점이 아닌 시장에 들러 싱싱한 상추와 깻잎을 샀다. 깨끗이 씻은 상추에 따끈한 밥을 올리고 방금 만든 참치 쌈장을 듬뿍 얹었다. 그리고 입이 찢어질 만큼 크게 벌려서 한입에 쌈을 넣었다.
야채와 참치를 듬뿍 넣은 쌈장은 생각보다 짜지 않고 담백했다. 고기 없이 참치만 넣은 쌈장인데 이상하게 고기의 감칠맛이 느껴졌다. 밥 한 공기가 금세 사라졌다.
참치캔으로 만든 쌈장은 양이 꽤 많아 두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뒀다. 저녁엔 마트에 들러 양배추 1/4통을 샀다.
참치는 '밥도둑 삼대장', 먹어보면 압니다
양배추 롤과 함께 먹는 참치 쌈장
1) 양배추를 한 장씩 떼어내 깨끗하게 씻고, 물 조금과 함께 전자레인지에서 8분 정도 삶아주세요.
2) 삶아낸 양배추를 깔고, 그 위에 밥을 올린 후 김밥처럼 말아주세요.
3)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그 위에 참치 쌈장을 올려주세요.
삶은 양배추는 심심하면서도 달짝지근했고, 심심한 자리는 참치 쌈장이 채웠다. 다이어트를 위해 선택한 요리였는데, 위에 올라가는 참치 쌈장의 양이 자꾸 늘었다. 약한 내 의지력보단 맛있는 참치 쌈장을 탓하기로 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겼다.
연이틀 배달음식과 편의점이 아닌 시장과 마트에 들러 싱싱한 채소를 저렴하게 구입하고, 집에 있던 참치캔을 재료로 저녁밥상을 채웠더니 자신감이 생겼다. 식비를 예산에 맞게 쓰는 일도,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직접 해 먹는 일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참치 쌈장, 드셔 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밥도둑 삼대장'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는 걸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www.brunch.co.kr/@silverlee7957)에도 중복하여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