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외출 규제, 비대면 수업 등으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 환경이 너무 중요해진 요즘, 한 여름 찜통더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지낸 주민들이 있다. 경기도 양주시 덕계동 A 18-3 블록 신동아건설 공사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다.
수개월째 소음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당해왔지만 예방과 대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다. 아니 대책이 없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현재 경기도 양주시 회천지구에는 많은 아파트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과연 주민들을 위한 사전 환경평가를 제대로 하긴 한 건지 알 수가 없다.
필자는 양주시 덕계동 LH 발주 18블록 아파트 건설 공사장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인근 주민들은 건설공사로 인한 소음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소리가 이렇게 고통을 주는지 평소에는 잘 몰랐다. 암반상태인 공사장 지하를 굴착하는 요란한 브레이커 소리는 공포 수준이다. 창문과 베란다 문을 닫아도 들리고 집 어디에 있어도 소리가 쫓아와 괴롭히듯이 들린다.
올 4월 초부터 시작한 터파기 굴착공사는 9월 중순경까지 계속됐다. 건설기계 중에서 항타기, 착암기 다음으로 소음이 큰 것이 브레이커다. 굴착기에 장착한 브레이커는 1초당 1회 정도 연속적으로 쉴 새 없이 암반을 쪼아댄다. 1분이면 60회, 한 시간이면 360회 하루에 수천 번 들리는 이 소음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된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무려 4~5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거 같고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주민들이 겪은 피해와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그렇다고 주택 건설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사장 소음으로 인근 주민들의 건강과 일상의 평온을 침해하는 이 상황에 대해 필자는 피해자로서 건설사, 발주처, 지자체의 태도에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다.
현실성 없는 소음규제법, 솜방망이 행정처분
소음진동 규제 기준치라는 것이 있다. '소음진동 관리법'에 의하면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주거지역의 소음규제 기준은 65db(데시벨) 이하이다. 시공사가 설치한 공사장 울타리 경계 벽에 부착되어 있는 소음 수치는 규제기준 이하를 가리키고 있지만 실제 주민들이 사는 가구에서는 기준치 이상으로 높았다.
어디서 측정하는지, 어떤 각도로 소리가 들리도록 해놓았는지 등 측정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서도 수치는 다르게 나온다. 공사장 벽에 부착되어 있는 소음 수치와 실제 주민들의 거주지에서 직접 측정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음의 영향을 정리해놓은 자료들을 보면 40db 이상만 되면 수면 깊이가 낮아지고 스트레스가 유발된다. 그런데 간헐적인 소리도 아니고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65db 기준으로 합법 불법을 가르는 기준은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소음을 규제하는 법적 기준치는 대폭 낮아져야 한다. 그리고 측정 방법도 재고해야 한다. 하루 10시간 가까운 소음이 발생하는데 고작 특정 시간에 측정하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식은 실제를 반영하지 못한다. 하루에도 65db이 초과되는 시간은 상당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시공사는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직접 확인하거나 대책 마련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7월 중순에 소음분진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대응하기 시작했다. 항의 공문과 방문, 공사 강행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대책을 요구하는 투쟁을 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지지체의 소극적인 역할, 행정처분의 취약성 등으로 건설자본의 태도와 자세를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하필 코로나 때문에 집회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관할 양주시 환경과에서 처음으로 8월 4일 민원을 제기한 가구에 찾아와 소음 측정을 했는데 65db이라는 기준치보다 넘는 수치가 나왔다. 기준치를 넘은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오랜 날 동안 법으로 정한 기준치 이상의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소음측정 결과에 대해 양주시청은 행정처분을 내렸다. 행정처분 내용은 고작 몇백만 원의 과태료 부과와 일정기간 내 저소음 대책을 제시하라는 것이지만, 저소음 대책이라도 제대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성 있는 규제 조례를 제정해야
행정처분이 내려진 다음 날 아침은 토요일이었다. 아침부터 행정처분을 무시하듯이, 민원을 넣은 주민들 보란 듯이 오히려 더욱 큰 소음이 들린다. 주민들이 뛰쳐나온다. 정말 분노를 참기 어렵다. 폭발 직전이다. 물리적으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왜 수면방해, 학습방해, 일상생활 방해 등으로 집에 머물면서도 고통스러운 소음을 감당해야 하는지. 시청에 항의 전화를 하고 방문을 했다. 한 달 후 같은 주거 장소에서 재측정 한 수치가 64.8db로 나왔다. 흔히 말하는 오차범위의 기준치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행정처분에 따라 저소음 대책 이후 측정된 수치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럼 행정처분이라도 반복해야 하고, 이런 상황이면 즉시 공사중지 처분을 할 수 있는 제도와 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없다. 몇 백만 원의 과태료 처분은 건설자본에게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과태료를 냄으로 책임을 다 한 것이 된다. 그래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굴착기에 브레이커를 장착하여 하루에 수 천 번씩 암반을 쪼아대는 이런 공법을 만약 권력가들이 사는 거주지에서 진행한다면 어떨까? 그런 곳에서 이럴 일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경우라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소음을 줄이는 개발 공법을 썼을 거다.
행정처분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 고작 몇 백만 원의 과태료에 2주 내 저감대책 마련이 아니라 공사중지 처분이 가능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시의회는 심각한 건설공사의 소음 분진 피해에 대한 현실성 있는 규제 조례를 제정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한다.
발주처의 책임여부, 사전 책임 규정
발주처는 책임이 없는 것처럼 빠져있는 것도 문제다. 최종 책임은 발주처다. 시공사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면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LH 담당자는 피해주민의 민원성 전화조차도 매우 불쾌하게 응대한다.
담당자 개인을 욕하는 게 아니다.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일삼아 전 국민들의 분노를 샀던 곳이다. 그들에게 피해자인 시민들은 귀찮은 존재일 뿐인가. 피해자에게 오히려 당당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발주만 하면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 시공사의 굴착 방법이 주변에 끼치는 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못한 부분에 대해 공법 변경이나 시정조치 등 시공사에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발주처도 시공사도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발주처의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이 시대적 기류다. 건설공사의 소음. 진동 등 기타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공기업인 발주처의 책임과 역할을 기대하는 게 그리 무리한가.
헌법 34조,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의 평온을 해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건설공사의 소음, 분진, 조망 일조권 침해 등을 재판이나 민원으로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발주처나 시공사는 환경평가 영향을 철저히 해서 이에 걸맞은 공사 굴착공법, 장비 선택 등 대책을 검토하고 확정해야 한다.
생활의 불편함을 겪을 수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도 사전에 듣고, 우리에게도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 행정처분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하고 있다. 개선할 방법이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 개선방안은 있지만, 공사 기간이 연장되고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하고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건설공사의 소음 분진으로 인한 민원은 오늘도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오랜 시간 많은 문제를 야기한 소음 등에 대해서 지금의 기준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성 있는 소음기준으로 새롭게 강화하고 행정처분의 내용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전에 환경평가 영향을 철저하게 하고 그에 걸맞은 저소음 공법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며 시민들의 건강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고통과 갈등으로 남겨두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김용균재단 운영위원이자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하는 최종진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