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고 싶은 게 많아진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골프 용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골프에 필요한 장비는 기본적으로 골프채, 골프장갑, 골프웨어, 골프화 정도이다. 사실 모든 스포츠 용품이 그렇듯 한 세트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운동 용품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스포츠용품 회사들은 금방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골프를 시작하고 골프 장비 중 골프채가 가장 탐나는 장비이지만 신제품 풀세트 갖추기에는 고가라 구입은 무리였다. 골프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골프채에 대해 물어보니 브랜드가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또한 골프채는 가격보다 자신에게 맞는 걸 구입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언을 들었다. 나처럼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는 7번 아이언 골프채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틈틈이 인터넷에서 골프채를 검색해 보았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 제품은 제법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제품을 평가하는 안목이 없어서 골프채는 구입은 쉽지 않았다. 골프채를 구하게 된 것은 뜻밖에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선배 덕분이었다.
골프연습장에서 아는 선배를 우연히 만나서 대화를 하다가 골프채 알아보고 있다고 하니 선배가 가볍게 말했다.
"뭘 고민해, 내가 집에 안 쓰는 골프채가 있으니 챙겨 줄게. 골프 하다 보면 점점 욕심이 나서 신제품 골프채를 사게 되고 예전에 쓰던 장비를 그냥 집에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아."
나는 선배의 호의에 감사하며 쉽게 연습용 골프채를 구했다.
그다음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은 골프 신발이었다. 다른 장비에 비해 부담 없는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점점 사고 싶은 신발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저렴하고 부담 없는 골프화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점점 눈높이가 올라갔다. 골프화도 브랜드마다 가격 차이가 나고 역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기능이 우수한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며칠을 고민하다 사고 싶은 골프화를 찾아 결제를 하려고 하니 가격이 비싸 망설여졌다.
'그래. 골프화는 계속 신을 것이고 싼 제품을 샀다가 나중에 추가로 사는 것보다 처음부터 좋은 걸 사서 오래 신는 게 좋겠지.'
자신을 합리화하며 침대에서 잠들기 전 얼른 구매 버튼을 눌렀다. 다음 날 아침 지난밤 구매한 신발의 가격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다시 한번 정말 지금 고가의 골프화가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골프에 필요한 장비를 사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도한 소비를 하는 것은 결국 후회할 일을 하는 것이겠지.'
스포츠용품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나는 다시 쇼핑몰 결제창을 열고 주문을 취소하였다. 그리고 중고거래 앱에서 저렴한 골프화를 검색해서 적당한 물건을 찾았다. 거래를 위해 판매자와 연락을 하고 퇴근길에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하철역에서 물건을 갖고 나온 분은 나이가 많은 여자분이었다.
"아들이 골프를 시작하더니 자꾸 이것저것 사 모으네요."
"아드님이 골프 좋아하나 봐요!"
"이 신발도 한두 번 신더니 안 신고 다른 신발을 자꾸 사더라고요. 아휴, 주중에도 연습하고 주말이면 골프에 빠져 살아. 큰 걱정이네요."
"운동 열심히 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그렇지, 이것저것 자꾸 사 모으고 필드 나간다고 돈을 쓰는 것 보니까 골프 시작한다는 사람 말리고 싶다니까요!"
"그래서 저도 비용을 줄이려고 중고 거래해요."
"잘 생각했어요. 모든 건 적당히 하는 게 좋아요. 아무리 운동이 좋아도 시간도 돈도 적당히 써야 후회를 안 해요. 먼 길 왔으니 내가 차비는 빼줄게요."
골프화를 거래하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결심을 했다. 골프가 과소비의 시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신상품과 고가 골프채, 고급 브랜드의 골프웨어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결국 모든 스포츠는 운동 그 자체의 즐거움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중고 거래를 통해 구해 온 신발을 신어 보니 거의 새 신발처럼 깨끗하고 발에도 맞아 편안했다. 앞으로 골프 장비에 대한 욕심이 날 때마다 이 신발을 바라보며 적당한 소비의 범위를 떠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아들은 얼마나 골프가 재미있길래 골프에 빠져 사는 걸까? 골프를 좋아해서 연습을 꾸준히 하고 필드에 자주 나가서 골프 실력을 점점 늘었을까?
이런저런 추측을 해 보았다. 골프에 빠져서 산다는 것은 그만큼 운동이 신나니까 돈도 시간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인지 모른다. 나도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고 싶지만 아직은 공은 빗맞고 허리가 자꾸 아플 뿐이다.
중고 거래로 구한 골프화를 신으니 왠지 스윙이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선배에게 얻은 7번 아이언 골프채가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진다. 좀 더 가벼운 아이언을 써 보고 싶다.
중고 거래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골프채 하나 구입하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방심하면 오늘 밤도 중고 거래 앱을 헤매며 잠 못 드는 밤이 될지도 모른다. 정신 차리자! 중요한 것은 골프채가 아니라 골프 실력이다. 오늘도 미스 샷! 내일은 굿 샷!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 같이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