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폐암 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 중인데 공사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다시 병원 입원을 고려할 정도다. 여러 차례 군청에 민원 제기했다."
"축산농가에 가축의 죽음과 유산이 잦다. 집에 기왓장이 떨어져 나가고 벽에 타일이 떨어졌으며 균열도 심해졌다."
21일 오전, 수동터널공사피해해결비상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구성한 경남 함양 수동면 내백마을 주민들이 함양울산 고속도로 수동터널 공사에 대해 이같은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공사 현장에서 집회를 연 주민들은 "덤프트럭 등 과속 차량으로 인한 소음과 먼지가 심하다"며 "먼지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빨래 건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 "빈번한 토사 유출과 공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등으로 자연훼손될 뿐 아니라 환경오염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도로공사는 함양울산 고속도로 공사를 발주했다. 현재 이 구간 공사는 쌍용건설이 맡고 있다.
대책위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규정 속도를 위반한 덤프트럭들이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마구 달린다. 이때 트럭에 적재된 자갈이 도로에 떨어지고 흙먼지가 마을 전체를 뒤덮었지만, 주민들은 이 공사가 국가를 위한 국책사업이므로 불편을 감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난 2020년 8월 8일 큰 사건이 일어났다. 공사 차량이 지나가기 위해 복개한 도랑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댐이 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라면서 "당시 엄청난 양의 황토물이 가옥을 집어삼킬 듯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에 공사 관계자들이 새벽에 마을 주민들을 깨워서 마을 회관으로 대피를 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대책위는 "쌍용건설과 현장 책임자는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21년 여름 똑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대책위는 "이번에도 공식적인 사과와 대책 마련은 없었다"며 "그러는 사이 버들치와 다슬기가 살던 개울은 비가 조금만 오면 흙탕물로 변했고, 토사가 밀려 내려가 남강(남계천)에 쌓이면서 하천의 물길이 변했다.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남강의 생태계까지 교란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7월부터 시작된 터널 공사 발파에 대해서도 대책위는 "아무 예고도 없는 지진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겪게 된 것"이라며 "발파로 인한 진동과 소음으로 가축들이 폐사하고 주민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마을에서 요양 중인 환자는 재입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쌍용건설은 조만간 마을 뒤편에 설치한 암석파쇄기를 굴착공사가 끝날 때까지 가동할 예정이다라고 했다"면서 "암석을 파쇄하면서 나올 먼지와 분진이 바람을 타고 온 마을을 뒤덮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마을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를 사과하라", "암석파쇄기 설치 장소를 이전하라", "폭약의 사용량을 줄여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하라", "발파 시간을 낮에 하라", "폭약사용량을 주 1회 통보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책위는 "지진계와 소음측정기로 측정한 자료를 주 1회 통보하라", "공사 차량은 처음에 약속한 길로 운행하라", "오염된 하천을 정비하라", "누적된 폭파로 인한 산사태 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라", "지하수 고갈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라",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관계자는 "가축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었다"며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파공사 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소음과 먼지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 나온 서춘수 함양군수는 "조만간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고 주민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와 쌍용건설은 오는 26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