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점에서 (전국민) 70% 접종완료가 집단면역을 뜻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방역적·의학적 의미는 크지 않다. 그러나 사회적 의미는 상당하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위드 코로나' 체제를 시작할 조건을 국민들이 스스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70% 접종완료가 값진 성과라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는 11월 국민 70% 접종완료를 통한 집단면역을 내세웠다. 하지만 집단면역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백신 접종을 통해 전 국민이 면역력을 갖춰 바이러스를 종식시키는 일이 어렵게 된 것이다.
70%가 접종 목표가 된 이유는 코로나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3이라는 학술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한 명의 감염자에 의해 세 명이 감염되고 그 다음에는 아홉 명이 감염되는데, 이 감염고리를 끊기 위해선 세 명 가운데 최소한 두 명(67%)이 면역을 가지면 환자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100%가 아니며, 델타 변이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최소 5~6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처럼 코로나 감염에 따른 면역을 가진 사람이 적을 경우에는, 효과가 매우 뛰어난 백신을 국민 80% 이상 접종해야 겨우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론적 결론에 도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전국민 70%, 성인 80% 이상이 접종한다는 것은, 코로나의 중증률과 치명률이 상당 부분 낮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백신을 접종하면 돌파감염으로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중증화가 일어나거나 사망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독감과 유사한 상황이 되는 셈이다. 또한 최소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유행을 억제하는 효과도 얻는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70% 접종완료가 되면, 접종한 지 오래되어 면역력을 상실하거나 효과가 약한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을 감안해도 국민 둘 중 하나인 50%는 면역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현재 유행 규모가 감소하는 이유도 백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100%는 아니지만 상당수 이뤄졌다. 70% 이상 접종을 했기 때문에 유행의 증폭이 폭발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더 높은 접종률이 필요하다
델타 변이의 출현 이후 70%를 넘어 '더 높은 접종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연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등 코로나가 치명적일 수 있는 고위험군들에게는 최대한 많이 접종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1차접종도 하지 않은 60대 이상 국민은 96만 명 정도다. 50대까지 합하면 137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방역 완화 조치가 이어질 경우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과 함께 중증으로 악화될 확률이 접종완료자들에 비해 높다.
따라서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종을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백신 인센티브나 백신 패스뿐만 아니라 캐나다 토론토시의 경우처럼 '찾아가는 백신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백신버스' 도입한 캐나다의 고민, 12세 미만 어린이,
http://omn.kr/1v1op)
정기석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라도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80%가 넘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윤 교수는 "앞으로 부스터 샷 접종도 이루어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사회적 지원대책이 더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아직도 백신 접종하고 쉴 수 없는 분들이 많다. 유급 병가로서의 '백신 휴가'를 정부가 확보해줘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방역 완화는 천천히... 더 좋은 백신과 경구 치료제 확보해야
그렇다면 70% 접종완료 이후 '단계적 일상회복'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은 영국과 같이 위드 코로나 이후 대규모 유행이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방역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접종완료율이 80%가 넘었음에도 오히려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백신의 '유행 통제력'만 믿고 가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방역 완화의 속도 조절이 단계적 일상회복 체제의 초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신에 대해서는 부스터 샷의 필요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품질이 개선된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교수는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상반응이 많고 항체 지속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면서 "더 안전하고 효과도 더 오래갈 수 있는 백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역시 "치명률을 독감 수준으로 떨어트리기 위해서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